관심의 초점은 상법상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발행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자산유동화법에 의해 설립된 SPC와 달리 금융감독원의 발행승인을 얻을 필요도 없고 공시의무도 없다. PF ABS발행이 막히자 PF ABCP 발행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정보는 11일 최근 부동산PF 쏠림현상에 의한 ABCP 시장의 붕괴 우려는 과장됐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발행된 ABCP의 80% 이상이 금융기관의 보강을 받고 있는 A1 등급으로 상환능력이 아주 우수하다는 게 그 주요 근거다.
그러나 최근 발행된 상당물량이 A3 등급인데다, 대부분이 크레딧리스크에 취약한 리테일 쪽으로 팔렸다는 점에서 ABCP발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ABCP발행 급증..2년새 6배 증가
상법상 유동화회사의 ABCP 발행잔액은 최근 2년새 거칠 것 없는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2003년 6월말 3220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ABCP 발행잔액은 올 6월말 10조원을 넘어섰다.
<월별 발행잔액>
지난 2004년말 최초로 2조원을 돌파한 ABCP 잔액은 2005년 6월말 3조원을 넘었고, 2005년말 7조5000억원대로 몸집을 불린 후 2006년 6월말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2년 동안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것.
신규 발행규모를 보면 ABCP 발행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더욱 분명해진다. ABCP 발행은 PF ABS의 발행규모가 증가하기 시작한 2005년 6월을 넘기면서 더욱 속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신규 거래에 따른 ABCP 발행잔액>
평균 발행잔액은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나타냈다. 상법상 유동화회사의 평균 ABCP 잔액은 2003년 중반을 제외하고, 약 600억~700억원대를 유지했다.
올 6월말 현재 140개의 상법상 유동화회사의 ABCP 발행 평균잔액은 754억원이었다. PF관련 자산유동화 거래의 경우, 회사당 617억원 가량의 잔액을 보여 전체 평균보다는 다소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문제는 ABS시장에서 높은 우려를 받고 있는 자산편중 현상이 ABCP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 전체 ABCP 발행잔액 가운데 절반 가량이 부동산 PF 관련자산을 기초로 하고 있는 상태다.
2003년만 해도 유가증권이나 기업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CP 발행이 많았지만, 최근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PF 관련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ABCP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기초자산별 ABCP 발행잔액 비중>
부동산 PF 관련자산 유동화를 위해 발행된 ABCP는 2005년 6월말 1조원을 돌파한 이후 6개월만에 3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올 6월말 현재 5조2000억원대를 기록중이다. 전체 발행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8월 40%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올 6월말 현재 49.72%를 보이고 있다.
이형진 책임연구원은 "ABS시장의 기초자산 편중 현상이 상법상 유동화거래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말 위험한가.."불안 과장됐다"
상법상 유동화회사의 ABCP의 발행잔액 급증은 위험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 연구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부동산경기 냉각으로 문제가 된다하더라도 기존 발행물량의 80%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직접 그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며 "현재 형성된 시장의 의구심과 불안감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현재 총 발행잔액 10조5571억원의 절대 다수가 투자등급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았다. 10조5000여억원 가운데 98%에 달하는 10조3327억원의 ABCP가 투자등급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8조5352억원의 ABCP는 적기상환능력이 최고로 평가되는 A1의 등급을 확보하고 있다. 한 마디로 `떼일 염려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각종 유동성 및 신용 보강을 통해 투자자의 위험을 대신 지고 있는 금융기관의 리스크 위험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기관이 상법상 자산유동화거래에 참여하려면 내부 분석절차와 여신심의위원회 등 위험 통제시스템을 거쳐야 하며, 신바젤협약과 관련해 개별 건마다 유동화익스포져에 대한 신용등급을 평가받고 있기 때문. 위험가중 자산에 대한 적정한 자기자본을 갖추도록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ABCP에 유동성이나 신용을 보강한 경우, 사후적으로 사업장의 자금유출입 및 사업진행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에 부도위험이 더 낮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은행이 ABCP에 유동성 또는 신용 보강에 나서는 경우, 여신을 제공한 것과 유사한 사후관리가 진행된다"며 "실제로 은행의 크레딧라인을 받은 PF는, 그렇지 않은 PF보다 분양율이 양호했고, 조기상환이 가능해지면서 유동화기간이 예정보다 빨리 종결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A3 2조 대부분 소매로 팔려.."정말 위험 없나"
반면 단기간에 ABCP 발행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전체 기초자산 중에 부동산 관련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신용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PF ABS에서 문제됐던 `급성장`과 `쏠림`이 ABCP 시장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
금융기관의 보강이 더해지지 않은 A3 등급 물량이 적지 않은데다, A3 등급의 어음이 주로 소매 투자자들에게 팔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소매 투자자의 경우 부도 아닌 금리 상승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가에 비해 민감도가 더하다는 설명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전체 내에서 건설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신용등급도 특정등급에 치중됐으며, 판매경로도 한쪽으로 쏠리는 등 위험요인이 적지 않다"며 "신용평가시 충분한 리스크 리뷰가 이뤄졌느냐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도만 크레딧이벤트라고 볼 수는 없다"며 "리테일 투자자의 경우 금리가 소폭만 올라도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도 "A3 등급이 전체 발행잔액의 20%라고 하지만, 그 20%의 규모가 2조원 가량 된다"며 "비오이하이디스의 경우 총 발행액이 2000억원이었지만, 타격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리스크가 적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ABCP의 경우 주로 차환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시장 상황이 안 좋으면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차환이 안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충격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융기관 신용보강이 되어있지 않은 A3 등급이 리테일을 비롯해 신협, 금고 등 중소 금융기관으로 많이 팔렸는데, 이들의 흡수여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부동산 PF ABS 발행이 여의치 않자 ABCP로 돌려 발행하는 업체가 적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 6월까지 급증세를 보이던 PF ABS가 7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ABS 대비 ABCP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ABS의 절반가량에 그쳤던 ABCP는 8월말 85%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요 측면에서는 장기 투자를 꺼리고, 발행 측면에서는 사업계획이 불확실하다보니 만기가 짧은 CP 발행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PF ABS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ABS 발행이 타이트해진 대신, 역작용으로 CP발행이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