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바닥은-①9월 저점 시험대에
지난 주 5거래일 동안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1.2%, 나스닥지수는 2%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9% 떨어졌다. 이로써 미 증시 3대지수는 주간 단위로 4주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9월 21일의 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주엔 5월 소매매출과 6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미 경제의 버팀목인 민간소비의 위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주식시장의 시계가 극히 불투명한 가운데 경제마저 흔들린다면 증시는 브레이크가 풀린 채 내리막길을 굴러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14일 기준 다우지수는 9474.21포인트로 지난해 9월의 저점인 8235.80포인트와 1238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9월 저점 1423.19포인트를 불과 81포인트 남겨두고 있으며 S&P500지수도 9월의 965.80포인트와의 차이가 41포인트로 줄어 들었다.
이에 앞서 대형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11일 미 증시 주요지수 가운데 처음으로 9월 저가를 하향 돌파, 미 주식시장이 9월 저점을 시험하는 과정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미 증시가 이 과정에서 바닥 다지기를 통해 견실한 상승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펀더멘탈의 개선을 전제로 한 지속적인 랠리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S&P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마크 아베터는 "증시가 9월 저점을 시험하는 동안 일부 투자자들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중기적인 랠리는 올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힐리어드 라이언스의 전략가 리처드 딕슨도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S&P지수와 나스닥지수는 9월 저점에서, 다우지수는 9000선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를 진정한 바닥으로 확신하기 전까지는 어떤 랠리도 단명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 증시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을 일시에 걷어낼 만한 호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엔론 사태가 불거진 이후 아델피아, 임클론, 타이코 등 대형기업들이 연이어 도마에 올랐고 이와 함께 월가 분석가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와 자신감은 무너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기업실적과 관련된 사소한 의문점이 제기되기라도 하면 곧바로 거센 매도세가 주식시장을 강타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리텐하우스 파이낸셜의 투자담당 이사 존 워터맨의 표현을 빌면 "투자자들은 팔아야 할 이유를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상태"이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주식을 사야 할 이유"인 셈인데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확실한 매수 이유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의 점진적이고 완만한 회복세가 주식시장의 상처를 치료해 줄 것이란 기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소매매출과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의 내용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매수할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매매출이 감소하고 소비자 자신감이 흔들리는 양상은 회복기의 경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기업수익의 개선과 설비투자의 확장이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의 미 주식거래 책임자인 오웬 피츠패트릭은 "시장은 마치 미 경제가 더블 딥(일시 회복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양상)을 겪을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힐 수 있는 건 기업들의 긍정적인 실적발표 밖에 없으나 현재로선 부정적인 뉴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14일 미 증시가 인상적인 반등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은 막판 반등에 성공함으로써 지나친 비관론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퍼스트알바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휴 존슨은 "시장은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면서 "이번 주 미 증시에서는 14일의 의미있는 반등을 기반으로 매수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