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두 차례 모두 숱한 반찬 가운데 `열무김치`에서, 그 많은 개구리 가운데 `청개구리`가 발견돼 공교롭다. 열무와 청개구리의 관계를 거슬러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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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의 번식 시기와 열무의 수확 시기가 겹치는 게 우선이다. 청개구리는 이르면 4월부터 늦으면 8월 초까지 번식한다. 이 시기 주로 논과 같은 얕은 물웅덩이를 찾아 활동반경을 넓힌다. 이 과정에서 열무 밭에 은신하다가 열무와 함께 수확됐을 가능성이 있다.
열무 밭 근처에는 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애와 번식에 반드시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수지나 하천과 같은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 곳보다는, 논이나 수로와 같이 수심이 얕고 유속이 느린 곳 근처가 유력하다.
다만 열무밭이 청개구리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열무는 잎이 넓어서 습기를 만들어 가두기가 다른 식물보다 낫다. 그래서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기도 좋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어류·양서파충류팀 전임연구원은 “청개구리가 나온 열무밭은 근처에 논이나 농수로, 연못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곳에서 야간에 번식하다가 주간에는 휴식하고자 주변 열무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개구리의 뛰어난 운동 능력은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청개구리의 영어 명칭은 `Tree frog`로 `나무를 탈 수 있는 개구리`라는 의미다. 한국에서 서식하는 개구리 가운데 흡판(빨판)이 있는 종은 청개구리가 유일하게 꼽힌다. 수직뿐 아니라 180도 뒤집힌 공간에서라도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지면과 흡착한다.
이 시기에 유별나게 열무에서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시사철 떨어지지 않는 게 청개구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다른 개구리는 열무와 함께 달려오기가 어렵다.
양서류를 전공한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청개구리는 체내 습도를 유지하고 포식자를 피하려고 열무 뿌리 주변에 난 잎사귀 밀집된 부분에 은신할 수 있다”며 “발가락 끝에 난 빨판이 발달해 있고, 크기가 작은데, 보호색까지 띠어서 수확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