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이제 집에 가자”...광화문광장 떠나는 세월호 희생자들

오는 18일 완전철거...2014년 7월 설치 후 약 5년만
철거 앞서 영정 이안식 열려...시청 임시보관 후 장소 물색
광화문 광장엔 ‘기억·안전 전시공간’ 조성
  • 등록 2019-03-17 오후 12:43:33

    수정 2019-03-17 오후 12:48:55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신중섭 기자)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철거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이 열렸다. 지난 2014년 7월 천막이 설치된 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참사 및 미수습자 분향소 앞에서 304명의 영정사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안식(移安式)을 열어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유족 측은 영정사진이 옮겨질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이운식’이라 이름 붙였다.

이운식은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의 종교의식, 진혼(鎭魂)식, 영정 이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운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묵념과 진혼식 등이 진행되자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와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희생자들을 위한 글을 낭독했다. 박 공동대표는 광화문 광장에서의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유민 아빠의 단식투쟁과 함께 해준 시민들,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을 기억한다”며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쓴 수구언론과 폭식투쟁을 한 일베 회원들, 어버이연합과 온갖 저주를 퍼부은 태극기부대 등 어둠의 세력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또 “별이 된 304분을 이 어둠 속에서도 지켜오려 했고 지켜왔다”며 “이 천막을 닫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험악했던 시절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행진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진실을 향한 행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지난 5년간 이곳에서 우리는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단식을 했고, 삭발을 했고, 물대포 맞아가며 싸웠다”며 “모든 순간마다 저희 손을 잡고 함께 싸워주신 시민 여러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국가는 국민을 지켜야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며 “세월호 광장이 그래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엿다.

그는 또 “조그만 사진틀 안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아가들아. 이제 집으로 가자. 이곳에서 눈물과 절규로 하루하루를 보낸 엄마 아빠 지켜보느라 고생많았다”며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정말 많은 분이 너희를 맞이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집에 가자”고 말했다.

종교계의 위로도 이어졌다. 명진 스님은 “오늘은 저 하늘에서 별이 된 아이들과 함께, 촛불이 되고 등대가 돼주었던 아이들과 함께 이 광장에서 울고 울었던 모든 날을 꿈꾸고 희망했던 모든 것을 가슴에 담아 기억하는 날”이라고 전했다.

홍요한 목사는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 가족들 부모들을 위해 기도하고 연대하자”며 “그것이 오늘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는 별이 된 아이들과 꽃이 된 사람들에게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라고 강조했다.

종교의식과 진혼식이 끝나자 관계자들은 영정들을 옮기기 위해 분향소 안에 걸려 있던 희생자들의 영정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떼어내 닦은 뒤 상자에 담았다. 영정 이안은 반별로 진행됐으며 2학년 1반 고(故) 고해지 학생의 영정을 시작으로 304명의 영정사진이 옮겨졌다.

영정들은 유가족 측이 준비한 대형 버스에 실려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돈 뒤 서울시청으로 옮겨진다. 영정들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되며 아직 영정을 어디에 보관할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는 세월호 유가족 측이 천막 자진철거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다음날인 18일 오전 10시 천막 14개동에 대한 철거를 시작한다.

현재 분향소 자리에는 현재 천막의 절반 규모(79.98㎡) 로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새롭게 조성해 다음 달 12일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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