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2)씨는 이번 연말에 큰 맘을 먹고 약 50만원의 피부관리 프로그램을 받을 예정이다. 박씨는 “올 한해 회사에 일이 몰려 정말 바빴다”며 “1년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투자”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이달 초 부산의 한 호텔로 ‘호캉스’를 떠난다. 김씨는 “휴가를 써서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주말 동안 부산에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정말 힘들었다”며 “잠시나마 좋은 풍경을 보면서 쉬고 올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워라벨 등 휴식과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목을 받으면서도 편안함을 찾는 ‘케렌시아(Querencia·휴식처)’ 열풍이 젊은 층에도 불고 있다.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스트레스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원래는 마지막 일전을 앞둔 투우장의 소가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높은 곳이 바로 케렌시아다. 지금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이란 뜻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계속 성공을 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그만큼 좌절이 많았던 세대가 자기 자신에게 보상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해석한다.
3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1인 해외여행상품 수요는 지난 5년 전보다 약 42% 증가했다.
2인 이상 전체 해외여행상품 수요가 지난 5년간 약 20% 상승한 것에 비해 2배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 2013년 8만8000건에 불과하던 여행상품 수요는 2014년 11만9000여건, 2015년 20만6000여건, 2016년 25만9000여건, 지난해에는 34만2000여건에 달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케렌시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2018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로 선정했다. 고단한 노동, 번잡한 인간관계로 극한의 스트레스에 다다른 현대인들에게 삶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집을 케렌시아로 여기는 이들 사이에선 홈가드닝을 비롯해 홈퍼니싱, 홈캠핑 열풍이 부는가 하면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 위를 사진이나 피규어 등의 소품 등으로 꾸미는 데스크테리어(Deskterior)도 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보상주의’에 익숙한 세대”라며 “늘 성공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는 그만큼 실패도 많아 자기 스스로 보상하면서 치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다소 과한 소비를 늘 하는 게 아니라 가끔 하는 것이라는 가정하에 의미 있는 소비는 자기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