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주요 장면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던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종합무역상사 인턴으로 들어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IT와 서비스 기업이 주목받는 요즘, 전 세계를 뛰어다닌 종합상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치열한 삶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 젊은 층을 넘어서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미생’은 기존 지상파 드라마와 다른 ‘기승전결’을 지향한다. 웹툰 원작자인 윤태호는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분들이 지상파에서 ‘미생’을 방송하면 러브라인이 추가되기 때문에 안된다는 말을 했다. 러브라인 보다는 뉘앙스 정도만 있는 드라마로 갔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실제로 지상파 측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포기를 못하더라”고 밝혔다. 앞서 설명한 장면이 케이블채널이 아닌 지상파에 방영됐더라면 어리숙하던 장그래가 갑자기 능수능란하게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거나, 정체불명의 안영이는 알고보니 사장의 딸이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막장’을 탈지 모른다.
드라마의 유행은 빠르게 변한다. 멜로물이 휩쓸다가 사극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지난해처럼 수사극, 스릴러 드라마 등이 안방극장을 수놓던 때도 있었다. 변하지 않는 건, 바로 드라마 기획의 힘이다. ‘미생’과 함께 주목 받고 있는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수사물임에도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나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괜찮아 사랑이야’ 등 최근 드라마도 기획력의 힘이 시청자에게 어떤 공명을 남기는지 증명했다. ‘미생’은 우리 드라마가 가야할 단면을 보여준다. 결국, 드라마는 ‘기획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