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말처럼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최적의 의사결정 구조과 자금은 물론, 각 계열사별 특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처럼 모든 기업들이 '글로벌화'라는 카드만 만지작 거리고 있을때 과감하게 그 카드를 꺼내든 기업이 있다. 바로 STX다.
◇계열사간 수직계열화 통한 '글로벌화' 실현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TX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M&A로 덩치를 키운 회사' 정도였다. 하지만 STX는 이같은 업계의 시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STX그룹은 창사 7년여만에 매출은 62배, 자산 25배, 수출은 180배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M&A를 잘하는 기업이 아니라, 인수회사를 제대로 키워 성장해 온 기업이라는 것이다. STX그룹의 재계순위도 12위(공기업 제외)로 급격히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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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계열사간 '수직계열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STX조선(067250)이라는 세계 5위 업체가 그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선박 엔진 사업을 하다 보니 조선업 전망이 좋다고 생각해 조선소를 인수했고, 배를 만들다가 해운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해운회사를 인수했다. 조선소에서 광물 자원을 실어 나를 배를 만들 수 있으니 에너지 분야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말처럼 STX그룹은 STX조선을 중심으로 현재 수직계열화 돼 있다. 글로벌화를 위한 최적의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노르웨이의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와 올해 말 완공 예정이 중국의 다롄 조선소 등을 통해 STX그룹은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날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
◇'아커야즈' 인수, STX의 새로운 엔진
지난해 10월 전세계 조선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STX의 아커야즈 인수. 아커야즈는 그동안 유럽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크루즈선 제작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었던 만큼, 업계의 충격은 대단했다.
사실 STX의 아커야즈 인수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STX조선은 지난해 10월 아커야즈 지분 39.2%를 8억달러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유럽업체들과 현지의 '텃새'탓에 STX의 크루즈선 시장 진입은 간단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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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커야즈의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동조합이 STX의 지분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또 아시아 업체의 유럽 크루즈선 시장 진출에 반대한 일부 유럽업체들의 연대 움직임도 있었다.
특히 노르웨이의 하브야즈(Havyard)가 STX의 이같은 움직임에 반발, 아커야즈의 주식을 매입해 2대주주로 부상해 이같은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하지만 EU집행위원회가 지난달 5일 마침내 STX의 아커야즈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STX는 글로벌화를 위한 성장 엔진을 확보하게 됐다.
STX는 향후 프랑스와 핀란드는 크루즈선, 노르웨이와 독일은 오프쇼어와 특수선 생산 중심지로 각각 육성할 계획이다. 또 현재의 아커야즈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기존 체제를 유지, 아커야즈의 경쟁력을 더욱 배가시킬 예정이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화의 초석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STX, 佛 방위산업 진출..실질적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
한편, 지난 15일에는 프랑스 정부가 아커야즈가 보유한 '아커야즈 프랑스'의 지분 34%를 매입키로 했다.
대신 STX는 아커야즈 프랑스가 지니고 있던 프랑스 방위사업권을 그대로 유지, 실질적으로 프랑스 방위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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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들은 직간접적으로 대부분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였던 STX의 경우에는 이 분야가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아커야즈 프랑스를 통한 유럽 방위산업 진출은 STX에겐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아울러 현재 유럽 방위산업에 있어 영국, 독일과 함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의 선진적인 방위산업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된 것도 큰 수확이다. 결국 STX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글로벌화 전략이 빛을 발하게된 것이다.
STX는 이로써 국내 진해 조선소와 중국의 다롄조선소, 노르웨이의 아커야즈를 포함해 전 세계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말로만' 글로벌 기업이 아닌 실질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태어난 STX.
이들이 다음 성장동력으로 삼을 산업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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