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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첫 번째 전성기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무로 진출 이래 단역만을 거듭하던 이 사내의 첫 주연 작품은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다찌마와 LEE’. 그의 표현을 빌리면 “정식 개봉작도 아닌”, 30분짜리 인터넷 액션 영화였다. 하지만 70년대 협객으로 전대미문의 코믹 연기를 보여준 이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에게 네티즌은 열광했고,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150만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주연 캐스팅은 ‘정식 개봉작’인 ‘이것이 법이다’(2001), ‘재밌는 영화’(2002)로 이어졌다. 요즘에야 드물지 않지만, 외모보다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조연이 주연으로까지 발탁되는 사례의 효시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의 딜레마는 여기서 비롯됐다. 그는 이때를 “약이자 독”이라고 비유했다. “덕분에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꼬리표가 붙어버렸다”는 것. 코미디뿐만 아니라 멜로와 휴먼드라마까지도 자신의 얼굴에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배우에게, 관객들은 이후 그다지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주먹이 운다’(2005) 이후에도 케이블 방송의 TV시리즈 ‘코마’(2006) ‘펀치 스트라이크’(2006)에 출연했지만, 예전의 호응을 찾기는 어려웠다.
현실 속의 임원희는 신중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개봉할 신작 이야기를 제외하면, 그와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이 아이러니에 맞춰져 있었다. 학창시절(신일고-서울예대 90학번)에도 워낙 과묵했던 탓에, 당시 친구들은 지금의 ‘코믹 배우 임원희’를 믿을 수 없어 한다는 것. 처음에는 그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도 쳐봤지만, 지금은 “물 흐르듯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는 요즘 이 말을 주문처럼 되뇌고, 또 되뇐다고 했다.
비록 그에게는 아킬레스건이고 콤플렉스일지 모르지만, 관객에게는 그의 귀환과 콤플렉스가 고마울 따름이다. 무슨 뜻이냐고? 곧 개봉할 ‘M’과 ‘식객’에서 여러분들이 직접 확인하시라. 그의 연기 덕에 객석에 넘쳐나는 활력과 웃음의 아드레날린을.
임원희 특유의 코믹하고 과장된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식객.
/영화사 하늘 제공= 어수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