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엿보기)삼성투신 대표펀드 '삼성우량주장기'

  • 등록 2006-10-19 오전 11:20:00

    수정 2006-10-19 오후 12:52:24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한국 자본시장에서 '삼성'이란 브랜드를 빼고 얘기를 할 수 있을까. 700조원 한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 중 140조원을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가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업종에서 삼성 계열사 주식은 1등주로 통한다.

국내 펀드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투신운용은 투자일임 자산을 포함한 전체 펀드자산 310조원 중 20%가 넘는 70조원 가량을 운용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의 자산운용회사다.

운용자산 규모, 인력,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지만, 주식형펀드 운용에 있어서만은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삼성투신이 지난 2004년 12월에 설정한 주식형펀드 하나가 눈에 띤다. '삼성우량주장기'펀드란 이름의 이 주식형펀드를 삼성투신은 회사의 대표 주식형펀드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이 펀드가 관심의 대상이 될만한 이유는 업계 1위 자산운용사인 삼성투신이 대표펀드로 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일반적인 대형주펀드와는 상당히 다른 운용 스타일 때문이다.

◇수익률 순위 급변..1등에서 돌연 꼴찌로

이 펀드는 기본적으로 우량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중소형주에 비해 대형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여온 올해 성적은 나름대로 선방했다.

'삼성우량주장기-Class A'의 연초 후 수익률은 -1.42%(10.16일 기준)로 전체 주식형펀드 중 상위 20% 수준을 점하고 있다. 특히 1년 수익률은 32.45%로 상위 2%권에 랭크돼 있으며, 2004년 설정일 이후 누적 수익률은 73.89%로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 53.59%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 펀드의 월단위 수익률은 꼴찌권을 맴돌다 돌연 1등으로 등극하는가 하면 이내 다시 꼴찌로 추락하는 등 극심한 순위 바뀜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펀드 수익률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표준편차의 경우 3개월, 6개월, 1년 모두 가장 큰 수치를 나타내고 있고, 지수 변동에 대한 펀드 수익률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베타계수도 1을 넘어서고 있다.

베타가 1보가 크다는 것은 지수가 상승할 때 펀드 기준가가 더 많이 상승하는 반면 지수가 하락할 때 기준가가 더 많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펀드는 시장이 좋을때는 맘껏 웃을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펀드매니저가 눈물젖은(?) 사죄의 편지를 투자자들에게 써야 할 정도 어려움에 부닥치는 '냉온탕(?)펀드'인 셈이다.

◇순자산 4000억 짜리 펀드..투자종목은 19개 불과

10월 16일 현재 '삼성우량주중가-Class A'의 설정액은 3690억원, 순자산가치는 4179억원에 달한다. 올들어 순자산 2조원이 넘는 초대형 주식형펀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국내 증시규모를 감안할때 이 정도며 매우 큰 펀드에 속한다.

그럼에도 투자하는 종목수는 매우 한정돼 있다. 올 7월말 현재 이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수는 총 19개다. 펀드 설정 초기에는 12~15개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최근에 투자종목 수를 늘린 게 이 정도다.

순자산규모가 4000억원이 넘는 국내 대형펀드 중에서 투자종목이 20개도 안되는 펀드는 그리 흔한게 아니다.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가 비슷한 경우이긴 한데,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포트폴리오 투자이론에서 보면 투자종목이 20개 정도면 나름대로 분산투자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는 투자 종목간의 상관계수, 섹터 배분 등 이상적으로 고려한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다.

펀드 순자산 대비 투자 종목수가 적기로는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가 비슷한 경우이긴 한데, 구체적인 내역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삼성그룹주펀드의 경우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섹터별로 나름대로 잘 분산돼 있어, 전체 시장 내의 비중이 자동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지만, 삼성우량주장기펀드는 투자종목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특정 업종이나 섹터 편중 현상이 심한 편이다.

펀드의 개별 투자종목을 살펴보면 올 7월말 현재 현대중공업(9.61%), 현대건설(9.29%), 국민은행(8.36%), 신한지주(6.78%), LG텔레콤(6.48%), NHN(6.38%), 현대미포조선(6.21%), GS건설(5.74%), 삼성중공업(5.62%), 현대제철(5.50%) 순으로 투자비중이 높다.

투자종목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종목이 조선·중공업과 건설업종에 몰려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장기 성과를 보라"..스스로 관리 가능한 종목까지만 투자

이 펀드의 특정 섹터 편중 현상은 투자종목 수를 소수로 한정하는 펀드의 운용전략을 고려하면 아마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개별 종목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개 종목만 교체하더라도 섹터별 비중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이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대형 IT종목 주가가 지난 7~8월경부터 상승하기 시작할 때 이 상승의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펀드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대표 IT주 투자비중이 전무했다. 그러나 현재는 삼성전자 비중을 10%로 늘리는 등 IT주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일반적으로 대형펀드가 단기간에 종목 교체를 하기는 어렵다. 해당 종목 수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팔때는 기대치보다 낮게, 살때는 기대치보다 높게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펀드는 상대적으로 종목 교체 부담이 크지 않다. 대부분 종목들이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들이어서 개별 종목 수급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투신의 주식형펀드가 여타 자산운용사 펀드에 비해 투자종목 제한이 좀 더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한가지 체크 포인트다. 현행법상 주식형펀드 운용사는 자기 계열사 주식의 전체 시장 대비 시가총액 비중을 넘어 투자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가령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약140조원)이 코스피 시가총액(650조원)의 약 25% 수준이기 때문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투신은 자기 주식형펀드에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펀드 순자산의 25% 이상 만들수가 없다.

따라서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 중 최대 히트작인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와 같은 펀드는 애시당초부터 만들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삼성우량주장기'펀드가 이러한 제약 때문에 운용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달전까지 펀드내에 삼성전자 주식이 없었던 것은 담당 매니저가 IT주 전망을 다소 비관적으로 봤기 때문일 뿐이다.

삼성우량주장기펀드가 내세우는 최대 장점은 "투자종목이 20개 이내로 적다. 따라서 펀드매니저가 매일매일의 종목 현황을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정원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편입종목수가 대개 30~40개 정도 되는데, 사실 담당 매니저가 그 많은 종목을 일일이 추적(follow-up)하기는 힘들다. 삼성우량주장기펀드는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펀드매니저가 관리 가능한 범위내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이 펀드가 다소 베타가 높은 측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종목을 소수 정예로 발굴해 집중 관리한다"며 "1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이 여타 주식형펀드보다 양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 협조 제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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