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레바논을 탈출하려는 미국인들이 20일 수도 베이루트 해변에서 미 해병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상륙용 함정에 오르고 있다. 이날 하루 레바논을 떠난 미국인은 1200명이었다. 미군이 레바논에 들어간 것은 지난 1983년 이후 처음이다. | |
20일 현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정치조직들(하마스·헤즈볼라)에 대한 군사공격을 계속하면서 중동지역 위기가 고조되자,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후견인 격인 미국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을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12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레바논이 초토화되자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시급히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레바논은 이미 3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극심한 데다, 베이루트 국제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되는 바람에 오랜 내전 끝에 찾아온 ‘재건의 꿈’조차 접어야 할 처지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탈출 행렬도 줄을 이어 공동화(空洞化) 현상마저 우려된다.
▲ 탈출인파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레바논을 떠난 수천명의 인파가 19일 이웃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에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레바논의 베이루트 국제공항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 |
눈에 띄게 향상된 헤즈볼라의 화력에 미국이 당황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4일 이스라엘 함정 공격에 사용한 대함(對艦) 순항 미사일 등 헤즈볼라가 이란·시리아산(産)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보이자 미국이 바짝 긴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미국이 이 참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무력화하도록 이스라엘에 말미를 줬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마냥 이스라엘 편만 들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 13일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요구한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는 등 국제사회의 노력이 미국의 ‘딴지’로 번번이 무산되자 미국에 쏟아지는 비난·압박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