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불대 유가는 `신기루`였나

수급불안 심리 해소+헤지펀드 반기결산용 차익실현
장기 유가상승 베팅포지션 여전 지적도
  • 등록 2005-07-01 오전 9:37:47

    수정 2005-07-01 오전 9:37:47

[edaily 김현동기자] 국제유가 `60달러 안착`은 신기루였나. 주초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국제 유가가 하루를 버티지 못한채 하락세로 돌아서 60달러선과는 점점 거리를 넓혀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76센트 떨어진 배럴당 56.50달러를 기록했다. 월요일 최고치 60.95달러에서 5%이상 급락했다. 런던시장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55.66달러로 전일대비 49센트 떨어졌다. ◇60불 유가 `일일천하`..수급불안 해소 유가 하락의 결정적인 이유로는 지난 29일 발표된 미 에너지부의 원유재고가 꼽힌다. 세계 1위의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최근 제기됐던 수급불안 요인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은 것이다. 이는 단기 유가 급등을 야기한 가장 큰 요인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불안 심리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유가 급등을 야기한 배경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정제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에 비해 공급은 부족할 것이라는 점과 4분기 북반구의 난방유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점이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9일 발표된 에너지부의 원유 재고 증가 발표는 끓어오르는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SG 커머디티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제유 가동율이 최고조를 이루는 상황에서 원유재고가 늘어났다는 발표는 유가 약세 요인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9일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110만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치 138만배럴 감소(블룸버그 집계)를 훌쩍 뛰어넘은 재고 증가였다. 특히 난방유와 경유를 포함한 정제유 재고는 164만배럴 늘어나 예상치 150만배럴을 웃돌았다. 수급차질 우려를 빚어 왔던 정제유 재고는 이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높은 수준이 됐다. 미국의 원유 수입량이 1097만배럴로 사상 두번째 규모를 기록했고, 정유공장 가동률도 전주보다 1.5%포인트 뛰어 오른 96.3%로 시장 예상치 95.8%를 웃돌았다. ◇헤지펀드 차익실현도 배경 6월 반기말 결산을 앞둔 헤지펀드들이 펀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원유선물 포지션을 일부 처분하면서 유가가 단기 급락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원유 등 상품선물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봤던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은 최근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반기말을 맞아 펀드내 평가이익을 위해 보유중이던 원유선물 포지션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개 상품선물로 구성된 로이터/제퍼리 CRB지수는 월요일이후 2.7% 하락했다. 물론 2년전에 비해서는 아직 69%나 오른 상태다. 투자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는 골드만삭스의 상품지수(GSCI) 지수도 지난해 정점을 기록한 이후 최근 들어서는 상승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석유만한 대체투자 없다 그렇지만 이미 배럴당 60달러라는 저항선을 돌파한 유가가 단기 수급불안 심리 해소만으로 상승추세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또 올해 들어 원유선물만큼 수익률이 좋은 투자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의 원유선물 포지션이 100%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상품선물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은 다른 투자자산에서의 수익률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원유선물에 대한 장기 투자 포지션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치 연금펀드 PGGM의 젤 지넨은 "유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상품자산외에 다른 자산에서의 손실이 커지는 지점이 가까워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OPEC은 이번주 산유량을 일일 50만 배럴로 늘리는 것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그렇지만 OPEC의 공급여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정제 병목현상은 언제쯤 해소될지 현재로선 알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시장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유가 동향에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며 향후 유가 움직임은 럭비공처럼 튀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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