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콜금리 동결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기인했지만 과잉 유동성 흡수의 유보로 인해 이후 정책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의 본격적인 재정정책과 투자심리 회복으로 인해 주가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 국내금리는 상승반전, 이전의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50bp금리 인하..투자심리 회복을 겨냥
미국 FRB의장 그린스펀은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50bp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현재의 금리수준은 경기부양에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얘기하고 있었고 생산성의 호전을 주목하라고 얘기하던 입장에서 일견 정반대의 행동을 보인 것이다.
특히 대폭적인 금리 인하 뒤에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 놓으면서 선택적인 정책카드의 소진을 단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그린스펀은 스스로 얼마남지 않은 총알을 소비했을까? 이는 최소한 단기금리에 있어서 바닥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큰 폭의 금리인하를 발표하는 성명에서 “지정학적 위기 고조 등 증가하는 불확실성이 소비지출과 생산 및 고용을 억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475bp에 달하는 2001년의 금리인하가 마무리 된지 1년뒤 미국경제는 사실상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회계부정 파문과 이라크전쟁 발생 우려라는 불확실성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약화시켰다. 결국 경기회복의 내부여건은 갖추어 졌지만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심리의 위축이 문제라는 얘기고 이는 심리적인 치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대폭적인 금리인하는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었고 금리수준에 대해서는 충분히 낮다는 인식을 견지하며 추가인하 여지를 스스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유가의 하락은 불확실성의 약화를 의미
한편, 이라크 전쟁 발생에 대한 우려가 의미하는 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우려가 아닌 유가급등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유가는 전운이 감도는 시점에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세계 경기부진에 따라 기본적인 원유수요가 줄어든 면도 있겠지만 이라크 전쟁 발생에 대해 원유 수입국들이 이미 충분한 대응을 했기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정점에 도달한 모습이며 미국의 상업재고도 큰 폭의 버퍼를 확보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유가는 22~28달러라는 OPEC이 제시한 유가밴드 내에 있다.
이는 결국 이라크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유가급등이라는 불확실성의 무게를 줄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 회계부정 파문에 따른 flight to quality현상은 미국 기업 CEO들의 확인서 제출로 해소되었고 이라크 전쟁 발생 우려는 유가안정으로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지정학적 위기의 강도가 약화되는 시점에서 금리인하는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그린스펀에게 단발성의 금리인하를 가능케 했고 스스로 추가인하 여지를 일축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미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 피력
또한, 기본적으로 과감한 정책카드의 제시는 경제상황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미국 제조업 물가 하락은 미국내 수요부진과 아시아 디플레이션 수입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기업 자체적인 생산성의 향상이 물가하락을 cover하고 꾸준한 실적확보를 가능케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낮은 금리, 재고감축을 포함한 투자 감소, 고용개선 부진 등을 감안할 때 이는 기업의 비용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소비, 고용, 생산, 기업판매 등 수요에 관련한 지표는 그린스펀의 우려만큼 악화 가능성을 담고 있지만 금리의 대폭적인 인하는 이들 지표들의 개선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경제 체질을 강화시키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미국의 10년 호황의 배경이 되었던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업의 실적 개선 중 인플레이션 압력은 구조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콜금리 동결..금리 하락 제한적
11월 금통위에서는 콜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리인상의 이유가 되었던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하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한 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 금리동결의 주된 이유가 되었다.
다만 과잉유동성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동성 흡수를 목적으로 한 조치가 이연되었다는 점은 이후의 정책변화 속도가 다소 과격해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남겨놓았다.
한편 미국의 Fed금리 인하와 우리의 콜금리 동결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의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콜금리 동결이 현재의 적극적인 유동성 관리가 완화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며 이에 따라 단기금리의 하방경직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신 공사채형 펀드의 50%에 육박하는 MMF등 단기수신은 연말을 앞두고 이탈될 가능성이 있다. 그 밖에 감세안을 포함한 미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시도 가능성도 정책리스크 완화에 따른 금리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물론 주식시장으로부터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유가의 하락에서 보듯이 대외적인 시장충격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시점이라는 점들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실질적인 효과 이전에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보인다.
콜금리의 동결과 단기간에 콜금리의 인상 가능성이 약화되었다는 점들은 금리의 일시적인 추가하락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가 바닥이 확인된 마당에서 같은 수준의 콜금리를 배경으로하는 채권수익률의 하락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를 통해 금리하락 욕구가 분출될 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의 최근의 랠리가 좀더 이어진다면 장기채에 대한 선호도는 위축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국고금리는 단기적으로 5.20%초반까지 하락을 시도하겠지만 짧은 기간 안에 이전의 박스권으로 다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미국의 금리인하는 오히려 바닥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 위한 조치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