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매수인에게 별도 사례를 하겠다고 잔금 일을 미뤄달라고 사정하는 중인데 시행일까지 안 나오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매수인이 마치 탈세를 돕는 것처럼 탐탁지 않게 여겨서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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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 시행일자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고가주택이 많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는 12억원 상향이 결정되기 전에 집을 팔고 잔금 납부일이 닥친 매도자들의 잔금 연기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 입장에선 며칠 차이로 양도세가 수천만원 이상 왔다 갔다 하는데 애가 닳을 수밖에 없다”며 “잔금 날짜가 임박한 매도인들이 일정을 늦춰 달라고 통사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잔금 날짜를 미루려고 해도 시행일이 언제일지 몰라서 더 답답해한다”며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제쯤 법이 시행되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잔금 지급일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낀 세입자와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매수인이 이번 주 새로 이사 오는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로 돼 있었는데 세입자는 입주날짜에 맞춰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 이전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매도인이 몹시 난처해하고 있다”며 “매도인 입장에선 며칠 사이에 양도세 차이가 큰데 세입자까지 낀 경우 소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대출 받을 땐 시세 9억·종부세는 공시가 11억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12억원으로 바뀌면서 ‘고가주택’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659만원, KB국민은행의 11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3729만원에 달한다. 중위가격도 각각 9억6550만원, 10억800만원으로 9억원을 넘는 상황인데 대출 규제 등이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혼부부나 다자녀·노부모 부양 등에 배정하는 아파트 특별공급 기준도 여전히 9억원이다. 2018년 규정 신설 당시 소득세법의 고가주택 기준을 적용해 만든 규정인데 이번에 고가주택 기준이 12억원으로 올라가지만 특별공급 기준은 그대로다.
종합부동산 과세 기준은 또 다르다. 지난해까지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종부세가 부과됐는데 올해는 11억원 초과로 기준이 상향됐다. 기준금액을 따지는 방식도 양도세와 대출은 각각 실거래가와 시세인데 종부세는 공시가격이 산정 기준이 된다.
이에 전문가들도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그때그때 선거나 시류에 따라 정책이 바뀌면서 고가주택 기준도 제각각으로 달라졌다”며 “바뀐 시장 가격과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해 복잡한 기준을 손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