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 사태를 둘러싼 파문이 부동산 시장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태가 정국을 뒤흔드는 수준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당분간은 관망세가 짙어질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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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부동산원의 3월 둘째주(8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4% 상승하며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도 전주와 같은 0.07% 상승에 그쳤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29%에서 0.28%로 상승 폭을 줄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주 0.10% 상승으로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5주 연속(0.09%→0.08%→0.08%→0.07%→0.07%)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2·4 대책과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매수세가 둔화하며 대체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LH 투기 의혹 사태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관망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2·4대책 발표 이후 3기 신도시 추가 선정 등으로 주택 공급량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LH 사태로 공급정책은 현재 전반적인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전국에 83만가구 공급하는 2·4대책을 주도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해 ‘시한부 장관’이 된데다 사업시행자인 LH는 사장 공백에 조직개편까지 예고돼 있어 공급 정책은 이미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특히 국민적 신뢰 저하로 2·4대책은 물론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정책 추진에 속도가 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LH 사태에 따른 공정성 타격으로 주무부처가 공공 주도 사업 등을 시행하기가 굉장히 껄끄러워졌다”며 “그렇다고 달리 맡길 대안 부처 등도 없는 상황이어서 공급대책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탓에 부동산 시장엔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소장은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해도 아직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어서 이번 사태로 공급 기대감이 반감되면 대책 추진 여부를 관망하던 수요층이 매수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금리까지 오르는 와중에 이미 가격이 오른 부동산을 대출받아 사기도 만만찮고, 공공분양 대신 민간분양을 노리자니 물량이 많지 않아 현재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속 대책들의 진행 여부와 3기 신도시 7월 사전청약 일정을 맞추는 지가 수요층 움직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LH 사태가 집값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집값과 거래량이 둔화한 것은 장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때문으로, 정부 공급대책 기대감보다는 과거 집값이 오른다는 불안감으로 선취매한 수요가 늘어났던 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아울러 “거기에다 미국발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영향이 겹치고 있기 때문에 LH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집값이 갑자기 다시 급등하거나 패닉바잉 수요가 나타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