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그 이후]눈물의 반값세일…현대重의 버티기모드

  • 등록 2017-11-18 오전 9:28:10

    수정 2017-11-20 오전 11:07:54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마무리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전량(85.32%)을 DGB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계약이 지난 9일 체결됐다. 금융위원회의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변경 승인이 완료된 이후 매각대금 납입과 경영권 변동이 마무리된다. 매각 예정가액은 4500억원이다.

사실 이 정도 가격은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헐값 매각이다. 지난 2008년 7000억원을 넘게 주고 하이투자증권을 사들인 뒤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원을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투자원금의 절반도 못챙긴 눈물의 세일인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현대미포조선이 소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서둘렀다. 산업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선경기가 악화하면서 당장 현금도 필요했다. 자산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했고, 증권사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소형사들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고 있어 하이투자증권을 적당한 매수자가 있을 때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을 싼 값에 팔아서라도 곳간을 채워놓아야 혹독한 조선 업황 불황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조선 업황이 불황에 빠진 뒤 비핵심자산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올들어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4000억원),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 (3500억원), 호텔현대(2000억원)를 처분하면서 약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내년까지 약 3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했는데, 지금까지 자구계획 이행을 통해 대부분을 마련했다. 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 잔여 지분(4.8%, 11월 9일 종가 기준 4394억원) 매각 등을 고려할 때 9000억원 내외의 유동성 추가 유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자구계획안을 통해 11월 현재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3사 합산 차입규모는 약 4.6조원으로 2016년 말(7.2조원) 대비 크게 줄었다. 또한,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은 1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하이투자증권 매각으로 자구계획의 9부 능선은 넘었다”면서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3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유동성 대응능력 역시 제고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업황 회복이 아직 더디다는 점이다. 수주 감소 영향으로 매출 위축이 지속하고 고정비 부담률 증가로 영업실적이 부진하다. 2018년에는 매출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수주나 선가 회복 속도도 더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처: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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