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찬의 뉴스쏙]빌린 돈, 일찍 갚은 죄

중도상환수수료의 경제학
  • 등록 2015-09-26 오전 10:00:00

    수정 2015-09-26 오전 10:00:00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우리가 친구한테 돈을 꿔줬다가 생각보다 빨리 갚으면 굉장히 고마운 일이잖아요? (사실 주위에 이런 고마운 친구는 잘 없죠.) 그런데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돈을 빨리 갚으면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됩니다. ‘당신, 돈을 이렇게 빨리 갚으면 어떻합니까. 벌금 내세요’ 이렇게 나오는데요, 이 벌금이 중도상환수수료입니다.

빌려준 돈을 일찍 갚는다는 데 대체 왜 내가 벌금을 물어야 되느냐, 이런 불만이 나올 수 있는데요, 은행 입장에서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우리가 휴대폰을 새로 개통할 때 2년간 쓰겠다고 약속한 이후에 보조금도 받고 요금할인도 받았다가 중간에 해지하면 벌금 내잖아요.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입장에도 10년은 꼬박꼬박 이자를 받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갚는다고 나오면 그만큼 이자수익을 받을 수가 없고 다른 사람한테 빌려줄 수 있는 기회도 놓친 거니까, 이런저런 비용 생각하면 중도상환수수료라는 보호 장치가 없을 수는 없다, 이런 입장입니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남는데요, 중도상환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을 받았다가 3년 이내에 돈을 갚으면 대출잔액의 1.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내가 2억원을 빌렸다가 다른 은행 금리가 더 싼걸 뒤늦게 알아서 바로 갚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고 싶어도 2억원의 1.5%인 300만원을 벌금을 물어야 하는 거니까, 이게 부담이 꽤 큰 겁니다.

해외에서는 고정금리대출이냐 변동금리대출냐에 따라서 중도상환수수료가 조금씩 다르구요, 시중금리에 낮아지면 중도상환수수료도 같이 낮아지는 장치들이 있는데요, 우리는 이유 불문하고 1.5%를 무슨 공식처럼 계속 받아왔거든요. 작년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로 받은 수입이 6000억원이 넘는데요, 이렇게 되면 은행들끼리 대출금리 경쟁도 약해지니까 이런저런 부작용이 생깁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이 됐구요, 결국 은행들이 다음달부터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일부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은행들이 두 손을 든 셈이죠.

특히 내년부터는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7일 이내에 갚으면 중도상황수수료라는 걸 아예 안 받는 제도를 금융당국이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이걸 ‘대출청약철회권’이라고 합니다. 홈쇼핑에서 물건 샀다가 바로 반품할 수 있듯이 대출도 7일 이내에는 반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고요, 대출 기록도 아예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대출 선택권이 조금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으아악! 안돼! 내 신발..."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