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분양]청약자 8만2983명 대 1명…황당한 분양시장

  • 등록 2015-06-13 오후 2:18:12

    수정 2015-06-13 오후 2:18:12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전국의 분양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요즘, 최근 보름 동안의 아파트 분양 성적표를 놓고 청약 경쟁률 1위와 꼴찌 단지를 톺아보는 ‘핫!분양’ 코너입니다.

6월은 통상 분양 비수기에 접어드는 문턱인데요. 반짝 대목을 놓치지 않고 분양에 나선 건설사가 많았습니다.

△‘킨텍스 꿈에그린’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한화건설]
분양단지 24곳 중 9곳 ‘미달’…양극화 여전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를 보니, 6월 들어 11일까지 전국에서 일반 분양 청약 접수를 마감한 아파트는 총 24개 단지였습니다. 무려 1만 2837가구가 쏟아졌는데요. 청약 접수자는 이보다 16배 정도 많은 21만 1990명이나 됐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지역별 양극화가 무척 심하다는 점인데요. 전체 24개 단지 중 37.5%인 9곳에서 청약 미달이 났기 때문입니다.

청약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은 단지는 6곳이었는데요. 이 중 3곳이 부산, 1곳이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였네요. 지방 광역시의 청약 열기를 엿볼 수 있고요.

반대로 청약 미달이 발생한 사업장 9곳 중 6곳은 경기도였습니다. 요즘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난다더니 실제 사정은 좀 다르군요.

1위, 청약통장 8만 2983개 몰린 대구아파트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기간 전국에서 청약 경쟁률 1위를 차지한 단지는 대구 동구 괴전동에서 분양한 ‘동구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였습니다. 최고 29층, 8개 동에 전용면적 63~85㎡ 728가구로 이뤄진 아파트인데요. 지난 10일 청약 1순위 접수 결과, 491가구 모집에 무려 8만 298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69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대구시청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외곽에 지어지는데요. 비록 근처에 신서혁신도시 개발지구, 안심공업단지, 대구 지하철 1호선 안심역 등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경이적인 경쟁률을 보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특히나 이 아파트 전용면적 85㎡형 분양가는 3억 990만원(기준층·발코니 확장비 포함)으로, 지난해 4월 근처에서 분양한 ‘안심역 우방아이유쉘’ 같은 면적(기준층 2억 7800만원)보다 비쌌거든요. 그런데도 275가구 공급에 6만 2396명이 청약 접수해 226.9대 1의 최고 경쟁률을 찍었으니 궁금증이 더 커지는군요.

△6월 1~11일 전국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 현황 [자료=금융결제원]
세방공인중개사사무소 방형근 소장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네요. 어떻게 된 거죠?

“청약자 중 실수요는 거의 없고요.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입니다. 일단 단지 주변에 혁신도시 개발, 지하철 1호선 연장, 신공항 추진 같은 호재들이 많고요. 요새 금리가 낮고 집값도 계속 오르니까 프리미엄(웃돈)을 노리고 한 집에 2~3채씩도 청약하는 거죠.”

-대구에 아직도 외지 투자자가 몰려요?

“대구 사람만으로도 청약 수요는 넘쳐납니다. 요즘 줄 서서 서로 분양받으려는 분위기이니까요.”

-분양가가 주변보다 비싸던데요?

“단지 옆에서 1년 전에 분양한 우방아이유쉘도 지금 34평(전용면적 85㎡형) 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이 3500만~7000만원 정도 됩니다. 코오롱하늘채도 최고 5000만원 정도는 웃돈이 붙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괴전동에 지금 우방아이유쉘, 코오롱하늘채 말고는 아파트가 없거든요.”

-대구 부동산시장은 지금이 ‘끝물’이라는 말도 있어요. 입주 이후에도 지금 가격이 유지될까요?

“솔직히 반반입니다. 지금 대구 분양시장은 우리가 봐도 너무 비정상적이에요. 분양가가 싼 것도 아니고 프리미엄도 많이 형성됐는데,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들이 입주하는 2~3년 뒤에 가봐야 알 것 같네요.”

청약자 1명뿐인 ‘쪽박 아파트’, 알고 보니…

청약률 꼴찌 단지도 볼까요.

같은 기간 전국의 청약률 최하위 단지는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에서 분양한 ‘충주기업도시 미진 이지비아’ 아파트였습니다. 최고 20층, 11개 동에 전용면적 59~84㎡ 782가구로 이뤄진 단지인데요.

지난 11일 청약 1순위 접수 결과, 782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청약을 했군요. 이 정도면 경쟁률을 말하기도 머쓱할 지경인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아파트의 ‘입지’입니다. 미진 이지비아는 충주기업도시 4-2블록 주거지구에 들어서는데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모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잖아요. 그런데 ‘동구 안심역 코오롱하늘채’는 혁신도시 근처라는 점이 청약 열기를 높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이 아파트는 기업도시 안에 있는데도 청약률이 바닥을 쳤으니 이상한 일이군요.

알고 보니 여기엔 숨겨진 비밀이 있었습니다. 이 동네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설명을 들어보죠.

-청약자가 1명뿐이라니, 어떻게 된 거죠?

“그 숫자 그대로 믿지 마세요. 그 아파트는 ‘깜깜이 분양’(분양 홍보를 하지 않고 일부러 미분양을 낸 후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선착순 분양을 유도하는 것)을 한 단지에요. 지난 11일에 청약 접수를 먼저 받아놓고 모델하우스는 13일에 여는데요. 업체가 일부러 홍보를 안 했는데 누가 알고 청약하겠어요.”

-왜 깜깜이 분양을 하죠?

“아마 수요가 없어서 미분양이 날 거로 생각했을 거에요. 충주는 시내에서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해도 100% 청약이 안 돼요. 어차피 미분양이 발생하고 시간 가면서 물량이 소진될 거라면 처음부터 외부 투자자들이 집을 골라서 살 수 있게 하자는 거였겠죠.”

-이 동네에서는 깜깜이 분양이 흔한가요?

“사실 기업도시 아래 충주 첨단산업단지에서 지난해 3월에 분양한 ‘충주 지웰’이나 올해 초 선보인 ‘충주 코아루 퍼스트’도 다 깜깜이 분양을 했죠. 그때 이 방법이 먹히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을 거에요.”

-기업도시니까 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나요?

“지금 기업들이 꽤 입주해서 가동 중이고요. 미진 이지비아가 기업도시 안에 처음 들어서는 아파트이긴 한데요. 발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아직은 실입주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충주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아서 임대 수요가 맞춰질지도 모르겠고요. 이 아파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기업도시 안에 집이 한꺼번에 대거 들어선다는 점도 부담이네요.”

-청약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무리하지 말고 여유 있게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주 여건이 갖춰지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투자자분들도 당장 임대 수요가 부족할 수 있으니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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