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통상 분양 비수기에 접어드는 문턱인데요. 반짝 대목을 놓치지 않고 분양에 나선 건설사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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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를 보니, 6월 들어 11일까지 전국에서 일반 분양 청약 접수를 마감한 아파트는 총 24개 단지였습니다. 무려 1만 2837가구가 쏟아졌는데요. 청약 접수자는 이보다 16배 정도 많은 21만 1990명이나 됐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지역별 양극화가 무척 심하다는 점인데요. 전체 24개 단지 중 37.5%인 9곳에서 청약 미달이 났기 때문입니다.
청약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은 단지는 6곳이었는데요. 이 중 3곳이 부산, 1곳이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였네요. 지방 광역시의 청약 열기를 엿볼 수 있고요.
반대로 청약 미달이 발생한 사업장 9곳 중 6곳은 경기도였습니다. 요즘 수도권 분양시장이 살아난다더니 실제 사정은 좀 다르군요.
1위, 청약통장 8만 2983개 몰린 대구아파트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기간 전국에서 청약 경쟁률 1위를 차지한 단지는 대구 동구 괴전동에서 분양한 ‘동구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였습니다. 최고 29층, 8개 동에 전용면적 63~85㎡ 728가구로 이뤄진 아파트인데요. 지난 10일 청약 1순위 접수 결과, 491가구 모집에 무려 8만 298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69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대구시청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외곽에 지어지는데요. 비록 근처에 신서혁신도시 개발지구, 안심공업단지, 대구 지하철 1호선 안심역 등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경이적인 경쟁률을 보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특히나 이 아파트 전용면적 85㎡형 분양가는 3억 990만원(기준층·발코니 확장비 포함)으로, 지난해 4월 근처에서 분양한 ‘안심역 우방아이유쉘’ 같은 면적(기준층 2억 7800만원)보다 비쌌거든요. 그런데도 275가구 공급에 6만 2396명이 청약 접수해 226.9대 1의 최고 경쟁률을 찍었으니 궁금증이 더 커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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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자 중 실수요는 거의 없고요.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입니다. 일단 단지 주변에 혁신도시 개발, 지하철 1호선 연장, 신공항 추진 같은 호재들이 많고요. 요새 금리가 낮고 집값도 계속 오르니까 프리미엄(웃돈)을 노리고 한 집에 2~3채씩도 청약하는 거죠.”
-대구에 아직도 외지 투자자가 몰려요?
“대구 사람만으로도 청약 수요는 넘쳐납니다. 요즘 줄 서서 서로 분양받으려는 분위기이니까요.”
-분양가가 주변보다 비싸던데요?
“단지 옆에서 1년 전에 분양한 우방아이유쉘도 지금 34평(전용면적 85㎡형) 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이 3500만~7000만원 정도 됩니다. 코오롱하늘채도 최고 5000만원 정도는 웃돈이 붙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괴전동에 지금 우방아이유쉘, 코오롱하늘채 말고는 아파트가 없거든요.”
-대구 부동산시장은 지금이 ‘끝물’이라는 말도 있어요. 입주 이후에도 지금 가격이 유지될까요?
“솔직히 반반입니다. 지금 대구 분양시장은 우리가 봐도 너무 비정상적이에요. 분양가가 싼 것도 아니고 프리미엄도 많이 형성됐는데, 지금 짓고 있는 아파트들이 입주하는 2~3년 뒤에 가봐야 알 것 같네요.”
청약자 1명뿐인 ‘쪽박 아파트’, 알고 보니…
청약률 꼴찌 단지도 볼까요.
같은 기간 전국의 청약률 최하위 단지는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에서 분양한 ‘충주기업도시 미진 이지비아’ 아파트였습니다. 최고 20층, 11개 동에 전용면적 59~84㎡ 782가구로 이뤄진 단지인데요.
지난 11일 청약 1순위 접수 결과, 782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청약을 했군요. 이 정도면 경쟁률을 말하기도 머쓱할 지경인데요.
알고 보니 여기엔 숨겨진 비밀이 있었습니다. 이 동네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설명을 들어보죠.
-청약자가 1명뿐이라니, 어떻게 된 거죠?
“그 숫자 그대로 믿지 마세요. 그 아파트는 ‘깜깜이 분양’(분양 홍보를 하지 않고 일부러 미분양을 낸 후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선착순 분양을 유도하는 것)을 한 단지에요. 지난 11일에 청약 접수를 먼저 받아놓고 모델하우스는 13일에 여는데요. 업체가 일부러 홍보를 안 했는데 누가 알고 청약하겠어요.”
-왜 깜깜이 분양을 하죠?
“아마 수요가 없어서 미분양이 날 거로 생각했을 거에요. 충주는 시내에서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해도 100% 청약이 안 돼요. 어차피 미분양이 발생하고 시간 가면서 물량이 소진될 거라면 처음부터 외부 투자자들이 집을 골라서 살 수 있게 하자는 거였겠죠.”
-이 동네에서는 깜깜이 분양이 흔한가요?
“사실 기업도시 아래 충주 첨단산업단지에서 지난해 3월에 분양한 ‘충주 지웰’이나 올해 초 선보인 ‘충주 코아루 퍼스트’도 다 깜깜이 분양을 했죠. 그때 이 방법이 먹히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을 거에요.”
-기업도시니까 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나요?
“지금 기업들이 꽤 입주해서 가동 중이고요. 미진 이지비아가 기업도시 안에 처음 들어서는 아파트이긴 한데요. 발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아직은 실입주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충주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아서 임대 수요가 맞춰질지도 모르겠고요. 이 아파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기업도시 안에 집이 한꺼번에 대거 들어선다는 점도 부담이네요.”
-청약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무리하지 말고 여유 있게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주 여건이 갖춰지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투자자분들도 당장 임대 수요가 부족할 수 있으니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