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면역세포 치료업체의 `엇갈린 운명`

엔케이바이오, 최대주주 횡령으로 상장폐지 결정
이노셀, 4년 적자 상태서 녹십자 피인수로 새 희망
  • 등록 2012-08-26 오후 3:31:35

    수정 2012-08-26 오후 3:31:35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두 면역세포치료제 업체의 운명이 갈렸다.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이용한 항암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엔케이바이오는 경영진 교체와 감자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전 최대주주의 횡령혐의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이 결정됐다. 반면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노셀은 국내 굴지의 제약사 녹십자가 인수하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노셀은 간암과 뇌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케이바이오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가 진행된 이후 다음달 5일 상장 폐지된다.

엔케이바이오는 2007년 6월 바이오 제약업체인 바이오쎌을 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이듬해 주력사업이었던 부직포 사업부문은 분할하고 NK세포를 이용한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만 주력했다.악성림프종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지난 2008년 말 500원을 밑돌았던 주가는 2009년 5월 5300원을 돌파했다. 불과 9개월 만에 10배가량 올랐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실적과 주가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133억원, 2010년 122억원, 지난해 8억원 등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게다가 2010년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가운데 55억원 가량을 전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등이 횡령하면서 엔케이바이오는 상장폐지 실짐심사 대상으로 전락했다. 엔케이바이오는 대표이사도 변경하고 감자도 진행하면서 퇴출만은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국거래소는 최종적으로 상장 폐지가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엔케이바이오와 함께 코스닥 시장에서 대표적인 면역세포치료 업체로 꼽히는 이노셀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노셀의 전신인 서울이동통신은 지난 2005년 2월 비상장회사였던 바이오메디칼홀딩스로 부터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관련 사업권을 사들였다. 이후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를 개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했으나 신약 개발이 쉽지는 않았고 적자 경영이 이어졌다. 올해 초 이노셀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경영 성과만 보면 엔케이바이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녹십자가 기술력을 인정하고 이노셀을 인수하면서 엔케이바이오와는 다른 결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이노셀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녹십자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녹십자는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정관의 변경, 이사 및 감사의 선임 등이 먼저 해결되면 출자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노셀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녹십자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했고 녹십자도 최종적으로 이노셀을 인수했다.

한국거래소는 관리종목인 이노셀의 최대주주가 3자배정 유상증자로 변경됨에 따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려야 한다며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하지만 녹십자가 구원의 손실을 내밀면서 이노셀은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가는 500원 대에서 4700원 선으로 수직 상승했다. 비록 상장폐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믿을만한 제약사인 녹십자가 퇴출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만큼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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