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증권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G2(미국·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어닝 쇼크’에 직면했다. 이자수익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업부문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위기감은 지금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할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힘든 외부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 순이익 1위를 달성했다. 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해 12년밖에 안된 키움증권은 다른 증권사가 부러워하는 1인당 생산성을 자랑한다. 두 증권사의 수장(首長) 유상호 대표와 권용원 대표가 만났다.
| 고객예탁금 추이, 최근 빠르게 감소
자료:한국거래소, HMC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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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최고경영자(CEO)는 증권업계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외부변수 못지 않게 선택과 집중 없이 시황에만 의존하는 편향적 수익구조에서 찾는다. 증시 상황은 ‘시계 제로’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최근 4조1000억원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개인 거래대금 비중 또한 최근 50%에 근접하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시황에 의존하는 증권사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일부 투자상품을 제외하고는 간접투자상품으로 의미있는 자금유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웰스매니지먼트(WM)와 기업공개(IPO), 자기자본투자 등 IB 부문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올 1분기(4~6월) 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56%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중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대로, 금융업종내에서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두 CEO는 흔들리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고 한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효율적 비용 절감과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자’는 것이다.
| 증권사 ROE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
자료:각 사, HMC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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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 1위 성과는 2008년 ‘리먼 사태’의 치명타를 거울삼아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 사업을 키우기 위해 강점인 분야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점포가 없다. 앞으로도 만들 계획이 없다. 주위의 폄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온라인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이제는 어느덧 수익성 면에서 대형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두 CEO는 나아가 다양한 창의적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한 자본효율성 제고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탁매매, 자산관리, IB 및 운용(Trading) 등 각 사업부문별로 증권사가 특화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같은 맥락에서 두 CEO가 현재 국회에 개류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거는 기대는 크다. 신규 수익모델 확보 차원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만명통치약’인양 단기간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대해서는 경고음을 보낸다. 그만큼 개정안 통과 시기는 불투명하다. 두 고수는 증권업계의 위기 타개 전략을 담담히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