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면서 작업했는데 상사가 다시 해오라고 할 때, 당초 정책이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때, 원하지 않는 곳으로 인사발령날 때…`
아니다. 공무원들은 바로 국정감사 시기라고 말한다.
다음 달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이 도래한다. 이 시즌에는 국회에서 대답해야하는 간부들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자료를 준비해야하는 실무자들도 `파김치`가 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부에서 나랏 일을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지 점검하는 국정감사 시기에 공무원이 긴장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만 국정감사로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현안을 안고 있는 금융회사들도 금융위원회의 국정감사 시기가 언제인지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감사 시즌에 행정 업무는 `올스톱` 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정감사 전에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행정처리를 안하려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분위기는 무르익었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그동안 내지 않고 버티던 금융위 요구 자료도 제출하면서 협조모드로 돌아섰다.
글로벌 신용위기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HSBC의 한국 투자 확정 소식은 금융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수출입은행이 외환은행 지분(6.25%)에 풋옵션(태그어롱: 론스타와 같은 조건으로 HSBC에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한다면 6000억~7000억원 가량의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는 효과도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결국 `다음 달 이후에나 승인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HSBC의 추가 자료 검토에 따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HSBC측은 금융위가 요청하면 즉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국감 직전에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론스타 관련 계약을 승인해줬다간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 부담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승인 시기에 대해 정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국정감사 일정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승인 시점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국감이 외환은행 승인 시기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달 이후에는 론스타와 HSBC 둘 중 한 곳이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외환은행 헐값매각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승인을 해줄 수 있지만 이번 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 일정은 이제 공무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기업의 관심사요, 시장의 관심사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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