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서 아시아산 휴대폰 잇따라 채택
이달 스프린트PCS는 이메일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새로운 단말기를 선보였다. 7종의 새로운 모델 중 6개가 삼성전자, LG전자, 산요전자, 도시바 등 아시아산 제품들이었다.
또 싱귤라와이어리스는 연말께 삼성전자(05930)의 제품을 처음으로 내놓을 예정이며 AT&T와이어리스서비스 역시 소니에릭슨무선통신의 단말기를 통해 보다 빠른 속도의 무선통신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이 단말기는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무선 해드셋을 장착할 수 있는 첨단 제품이다.
지난해 재팬텔레콤을 인수한 보다폰은 유럽지역에서 판매할 휴대폰에 대해 샤프를 비롯한 아시아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공급협상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아시아 업체들의 단말기를 잇따라 채택하면서 비아시아권 업체가 장악해오던 시장에서 아시아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세계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장 발달된 일본과 한국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컬러 스크린 및 디지털 카메라를 내장한 고기능의 휴대폰은 미국 고속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맞아떨어졌다. 무선으로 웹에 접속하거나 포토 이메일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폰은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다.
또 아시아 기업들은 휴대폰의 주요 부품에 있어서도 서로 연계돼 있다. 샤프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소형 평면패널 스크린 제조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업체중 하나며 산요는 배터리 생산에 있어서 선도업체다.
아시아 업체들이 공격적이라는 점도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다. 스프린트PCS의 부사장인 존 가르시아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때 산요와 LG, 삼성전자는 엔지니어를 보내 아예 캔사스에 머물면서 같이 개발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실패 가능성도 있어
물론 아시아 기업들이 실패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핀란드 업체인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소규모 라이벌 업체들이 갖고 있지 못한 규모의 경제를 누리고 있다. 대량으로 휴대폰을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어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맥케치니는 "아시아 업체들이 상당히 큰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노키아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이동통신 표준기술이 다르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럽에서는 GSM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에서의 서비스 방식은 이와 유사하기는 하지만 연동되지는 않는다.
95년 유럽에서 6위에 랭크됐지만 GSM 방식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실패해 아예 철수한 NEC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유럽의 표준방식인 GSM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이 적극 투자하고 있는 3세대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서 어느정도로 빠르게 확산될 것인가도 관건이다. 3세대 서비스는 고화질의 동영상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NEC와 마쯔시다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일본에서 3세대 휴대폰을 출시했으며 내년에 전세계적에 내놓을 목적으로 공동 개발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3세대 폰은 높은 가격과 불안정한 서비스로 수요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유럽지역에서도 3G 서비스를 연기한 상태며 미국에서는 일단 다른 국가에서의 서비스 진행사항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미국에도 빠른 속도로 퍼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