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훈의 증시기상도)단순반등에 머물 미 증시

  • 등록 2002-06-19 오전 9:58:33

    수정 2002-06-19 오전 9:58:33

[edaily]본격적인 2분기 실적시즌에 접어 든 미 증시는 맥도날드와 일부 기업들의 실적 호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장기간의 하락세를 경험한 이후 큰 폭의 반등을 보이는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대략 두가지 생각을 갖게 된다.

첫번째는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추세로 진입할 것이라는 생각과 두번째는 단순 반등일 것이라는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첫번째 의견과 같은 주가흐름을 보이기 위해서는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는 모멘텀을 발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현 시점에서의 모멘텀은 미 소비지출의 증가로 표현되는 경기회복속도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역(逆) 부(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그런데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역 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소비지출의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자 Wall Street Journal지에서는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미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선명하게 묘사한바 있다.

롱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Porzungolo씨(41세)는 최근 그의 딸을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전학시켜야 하는 괴로운 결정을 내린바 있다. 이로써 그는 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주말에 늘 갖게 되는 외식도 줄이기로 했고, 불필요한 여가 생활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그가 911테러 이후 불루칩 중심으로 약 40,000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 바 있는데 현재 35% 이상 평가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초 부터 지난주까지 기업들은 공개시장(IPO)로 부터 149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이미 침체기에 진입했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감소한 수치로 주식시장으로 부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음을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의 사업확장 계획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지출의 악화는 Double Dip의 우려감으로


경제학자들이 지어낸 용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소비지출의 감소가 미 경제를 더블딥의 형태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우려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더블딥의 가능성은 경제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5월의 미 산업생산증가율을 보면 전월 대비 0.2% 증가하여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 언론들의 분석과 같이 이는 완만한 속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림 : 산업생산 회복속도


자료)Datastream,동양증권주)경기저점=0

즉, 상기의 그림에서와 같이 각 경기저점기에서 산업생산증가률의 회복속도는 가장 더디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표상으로는 80년대 말의 극심한 침체기에서 벗어났던 90년대 초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일면 긍정적인 신호로 이해를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재고감소율을 보면 이러한 판단은 달라지게 된다.

즉, 5월의 재고수준은 전월에 비해 -0.2%를 기록하여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수치만을 기준으로 하면 이는 재고조정이 완료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의 그림에서도 보듯이 최근 미 기업들의 재고조정 속도는 여타 국면 보다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80년대와 90년대의 경우 재고조정 기간이 12개월과 14개월에 머물렀던 반면 현 시점은 15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있는 것이다. 여타 국면에서는 재고조정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대체적으로 생산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던 반면 금번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상적인 경기싸이클이라면 미 산업생산증가율은 재고조정 속도에 준하는 회복속도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재고조정이 더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현 시점까지 진행된 생산증가는 가파르게 진행된 재고감소분을 채워 넣는 과정으로 이해를 할 수 있으며, 본격적인 수요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림 : 재고조정은 더 진행되어야 할 듯

자료)Datastream,동양증권


◇소비지출 지연은 기업수익 악화로 이어져


이렇듯 수요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는 논리들을 경제지표에서 찾아 보았는데, 실제 수요회복이 가장 더딘 부문으로 인식되고 있는 곳은 IT분야이다. 소비자나 기업 입장에서 IT에 대한 수요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PC(개인용컴퓨터)일 것이다.

IDC(International Data Corp)의 전망에 따르면 PC매출은 전세계적으로 작년의 &8211;4.1%에서(85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이 감소한 것임) 올해는 4.7%, 내년에는 11.1%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 수치만으로 기준으로 하면 올해를 기점으로 PC분야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매출 증가의 상당 부문이 Dell, IBM, HP 등과 같은 유명업체들의 성장이 아닌 White Box(무명 브랜드, 조립PC)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들 업체들의 판매가격이 유명업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유명업체들의 가격을 인하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이들 업체들의 수익이 평균 10% 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InteI과 AMD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고져 CPU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고객들은 더 싸고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 PC매출은 소폭 증가할 전망

자료)IDC

수요부진의 여파로 인해 제품 단가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가격통제력 상실국면이 더 진행됨으로써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늦춰야 하는 것이다.

◇결국, 단순 반등에 머물 미 주식시장


서두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추세전환을 위해서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궁극적으로 이를 뒷받침할만한 요인은 아직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번 미 주식시장의 반등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가 된다. 이미 주요 지수대들이 911테러 당시의 주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가격메릿이 충분히 발생한 상황이었다.

우리 주식시장도 미 주식시장이 반등을 보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은 줄 수 는 있지만 펀드멘탈의 회복으로까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아직 성급한 기대는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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