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피부 미용 시술을 도수·무좀 치료로 둔갑시켜 10억여 원의 실손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가 금융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3일 금융감독원은 부산남부경찰서와 공조해 이런 조직형 보험사기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기획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 5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부산남부경찰서가 지난달 병원 의료진, 브로커, 가짜 환자 등 270여 명을 검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의사 A씨는 필러, 보톡스, 물광주사, 리프팅 레이저 등의 피부 미용 시술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하는 범행을 설계하고 주도했다. 방송 출연, 유튜브 채널 운영 등으로 인지도를 높여 환자 모집 등 병원 홍보에 이용했다. 환자가 피부 미용 패키지 상품을 결제하면 도수·무좀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발급했다. 치료 일정이 겹쳐 범죄가 드러나지 않게 직원들에게 환자가 과거 다른 병원에서 치료했던 날짜를 확인하도록 지시하는 등 치밀함까지 보였다. 심지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요령과 표준 문안까지 환자들에게 배포했다.
10여 명의 브로커들은 고가의 피부 미용 시술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현혹해 가짜 환자들을 병원에 알선해줬다. A씨는 알선 대가로 결제 금액의 약 20%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병원 직원들은 환자의 실제 미용 시술 기록과 허위 도수·무좀 치료 기록을 구분하기 위해 이중으로 진료 기록을 운영했다. 병원에 방문한 적이 없는 의사 지인에게 허위 진료 기록만 발급하거나 가족 등 타인 명의 서류를 발급하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환자를 유인하고 환자가 병원에서 결제한 금액의 3~5%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과 브로커 뿐 아니라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며 “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