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의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대신증권은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예상치 상회가 오히려 증시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0.6%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최대폭 상승으로, 이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5%를 넘어섰다. 2월(0.4%↑)보다도 상승 폭을 키워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5% 상승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3%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주택 임차료와 자동차 보험료 상승 등의 이유로 최근 7개월 사이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주목하는 물가 지표 중 하나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시장은 예상치 상회에 따른 미국 채권 금리 상승을 우려했으나 발표 후 낙폭을 키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는 1분기 동안 수많은 변수, 즉 유동성, 정책발 인플레이션 우려, 채권시장 수급부담, 채권발행 확대, 입찰 부진 등을 선반영했음을 확인했다”면서 “최근 연이은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오히려 하락세를 보여왔다”고 짚었다.
채권금리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4,5월 물가지표 상승 압력은 더욱 강해지겠으나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는 변화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연구원은 △3월 임금 상승률은 전월대비 -0.1%, 전년대비 4.2% 증가에 그치며 2월(5.3%) 대비 둔화됐고, △유가는 하락반전하며 60달러를 하회, 전월대비 유가상승률은 마이너스 반전했으며 △여기에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와 파월 연준 의장,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연준의 강력한 경기부양, 유동성 공급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고 통제가능하다는 연준위원들의 전망 또한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 전환, 긴축에 대한 불안감을 진정시켜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채권금리와 달러가 안정되면 한국 증시로의 외국인 순매수 유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IT,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제조업 기업, 인터넷 기업이 대거 포진된 코스피 상위 종목군의 구성은 할인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경기와 교역 개선, 신재생에너지 육성 산업 등에 대한 기대 강화와 함께 할인율 압박이 완화된다면 이들 종목들의 매력은 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