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성탄절마다 연금 타는 가수들

  • 등록 2020-12-19 오전 11:16:22

    수정 2020-12-19 오전 11:16:2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머라이어 캐리가 1994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노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12월 셋째주 빌보드 싱글 차트(Hot 100) 1위를 차지해 화제다.

해마다 성탄절 시즌이 되면 가장 많이 들리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 이 곡은 발표 당시에는 싱글 차트에 오르지 못했다. 싱글 음반으로 발표된 곡만 차트에 진입할 수 있다는 빌보드의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1998년부터 빌보드가 앨범 수록곡도 싱글 차트에 집계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2005년부터는 디지털 다운로드를 차트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2006년부터 음원 스트리밍 횟수도 집계하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캐리의 노래는 빌보드 싱글 차트 진입할 수 없었다. 1994년에 발표된 곡이 아무런 편곡 없이 재생된 것이기 때문에 ‘재발매’로 간주됐고, 재발매된 곡은 차트 집계에 부적격하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빌보드가 2012년 차트 집계 기준을 ‘모든 노래’로 수정하면서 수십년이 지난 노래도 ‘차트 역주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후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2013년 1월 첫째주 빌보드 싱글 차트 21위에 올랐고, 2017년에는 3위까지 진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 인기 노래로 인정받았다. 한국 멜론 차트에도 19일 현재 6위에 올라 있다.

음악 업계에 따르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벌어들이는 저작권료는 매년 5억원 이상이다. 캐리는 노래를 불렀을 뿐만 아니라 이 곡의 공동 작곡자이기도 하다. 요즘엔 음반이 잘 팔리지 않지만, 음원 스트리밍과 광고, 드라마, 영화 배경음악 등에서 꾸준히 저작권료가 발생하고 있다.

이 곡 외에도 왬의 “Last Christmas”, 슬레이드의 “Merry Xmas Everybody”, 더 포그스의 “Fairytale Of New York”,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 등은 매년 겨울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저작권자들의 ‘연금’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인기를 끄는 노래가 있다. 아이유가 2010년 12월 발표한 미니 앨범 ‘Real’에 수록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는 대표적인 ‘성탄 연금송’으로 꼽힌다. 신사동호랭이와 최규성이 작곡하고 최원갑이 작사한 이 곡은 매년 12월마다 차트에 재진입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역주행을 즐긴다.

보아가 2005년 12월 일본에서 발표한 “メリクリ(메리 크리)”도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일본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변치 않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의 1994년 앨범 ‘Merry Christmas’(왼쪽)와 아이유의 2010년 미니앨범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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