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를 직원들의 통상임금으로 볼 것이냐’와 ‘얼마만큼의 영업손실을 회사의 경영 악화로 볼 것이냐’에 대한 법원 간의 평가가 다르게 나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통상임금의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13일 현대중공업은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부산고등법원은 회사 측이 제시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2009년 12월 이후 4년 6개월간 임금 소급분을 6295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노조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더욱이 법원은 노조가 통상임금으로 주장한 명절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다. 정기 상여금은 근로자 퇴사 이후에도 지급되는 ‘고정성’을 띄었지만 명절 상여금은 근로자 퇴사 이후 지급된 적이 없어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가 되는 ‘고정성’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고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기준이 추상적이다. 두 조선 업체의 판례와 같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고정성은 지난 2013년 말 갑을오토텍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등장한 개념이다. 사전에 금액이 확정돼 고정적으로 지급돼야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의 조건인 정기성, 일률성은 근로기준법시행령 제6조에만 명시돼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민법 제2조에 명시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상임위 통과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19대 국회 임기 동안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 설정에 따라 노사 간 희비가 교차할 수 있어 통상임금 조건 구체화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동명 공인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정의 내리지 않고 있기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향후 고정성이 정의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신의칙 개념이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더다도 판결이 갈릴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또한 회사마다 재직근로자 기준 포함 여부 등 상여금 특성을 달리하고 있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우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현대重 울산조선소서 올해 첫 산재 사망사고 발생
☞오일뱅크 매각설 부인한 현대重..상장가능성 열어놔(상보)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매각 검토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