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 가능할까?..`집=재테크` 국민정서 걸림돌

막대한 토지매입비 해결되면 아파트 반값 공급 가능
주공, 토공 공공기관 재정 부담 만만치 않아
  • 등록 2006-11-30 오전 9:29:37

    수정 2006-11-30 오전 9:29:37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한나라당이 아파트 반값 공급을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키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언급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분양 제도가 입법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아파트 반값 공급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토지를 사들여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토지를 임대하는 방식이 대다수 사람들이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세간의 정서와 맞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 도입될 경우 분양가는 낮출 수 있어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공급의 공격은 우선 토지는 임대 형식으로 하고 건물을 분양하면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경우 분양가에서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7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택지비가 없을 경우 분양가는 절반 이상 낮출 수 있게 된다.

일례로 판교의 경우 택지비가 평당 580만~641만원 선인데 비해, 건축비는 가산비용을 포함해 460만원에 그쳐 택지비 비중이 60%를 넘었다. 결국 택지비 부담이 사라진다면 판교 아파트도 평당 500만원 이하에 분양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홍 의원은 과거 서울시장 당내 경선 당시 공약을 발표하면서 "토지를 분양하지 않고 대신 매달 임대료를 내면 아파트값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며 "33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30만원 정도의 임대료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홍 의원은 "용적률을 지금보다 더 높이면 1만 평 기준으로 지대료도 낮아져 가구당 한 달 평균 10만원 정도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택 구입자는 건물만 분양 받고 전매 금지기간 10년이 지나면 일반 주택처럼 건물 소유권을 매매할 수 있다. 현행 제도상 토지와 건물의 구분 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방식을 도입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토지 임대-주택 분양을 주장해온 토지시민연대도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윤상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공공택지는 용도 변경 과정에서 택지비가 크게 뛰는 구조”라며 “따라서 공공기관이 토지를 매입해 이를 토지 임대 방식으로 바꾸면 지료(地料)는 대폭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분양가 인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에 반론도 있다. 이는 분양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값이 낮아진 것으로 보이도록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지적이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팀장은 “이런 방식의 토지 임대료 납부는 초기에는 아파트 분양가를 낮춰 수요자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20~30년 동안 지대료를 매달 계속 납부하면 결과적으로 총비용은 현재의 아파트 분양가와 거의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매입비는 누가 부담하나..연기금 동원 등 거론
 
주공. 토공 등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비 등 과도한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어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홍준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지임대부 분양 특별법안'을 판교 신도시에 적용할 경우 주공·토공은 3~4년이면 회수 가능하던 5조원 이상의 토지비(보상비+택지조성비)를 무려 40년에 걸쳐 회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홍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시민연대 등은 “싱가포르나 스웨덴처럼 연기금을 활용하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토지와 건물 모두를 국가가 임대하자고 주장하는 경실련은 싱가포르의 경우 연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처럼 국민연금을 활용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신과 재정 안정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국민연금이 공공성만 강조돼 토지를 산 뒤 값이 폭락하면 연금 부실로 직결돼 또 다른 사회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토지비를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는 국·공유지가 별로 없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공급할 만한 주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땅값이 싼 곳에 적용하면 가능하지만 도심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주택 수요가 몰리는 도심권은 땅값이 비싸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주택은 재테크 수단` 국민 정서 극복될까 
 
국내 현실에 이 같은 방식의 주택 공급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홍 의원은 “토지 개발 이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굳이 `소유`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적 인식의 전환만 뒤따르면 정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방식은 비현실적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인 A업체 고위 관계자는 "주택이 재테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국내 정서에서 이 같은 방식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라고 전제하고 "땅에 대한 소유권 없이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재산권 행사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방식은 현행 아파트 분양정책의 일대 전환과 건설·부동산 시장, 나아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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