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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라르‘프시케와 에로스’(17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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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루브르 박물관이라면 서양미술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안고 있고 미술관으로, 1년에 방문객 700여 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브르의 소장작 70 여 점이 방문해 회화의 뿌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내년 3월 18일까지·02-2113-3470·1만원)는 16세기에서부터 19세기까지 걸친 풍경화들을 연대기의 여러 테마로 나누어 보여준다.
인본주의와 기독교 중심의 서양에서 ‘풍경’이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자유로운 사회적 변화와 맞물린 17세기쯤부터였다. 이후 19세기 사실주의와 20세기 인상주의까지 화가들에 의해 새로운 소재로 즐겨 선택되고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루브르전은 총 8개의 주제에 의해 학술적이며 분석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신화와 종교화로서 등장된 첫 번째 테마인 ‘신성의 숲’에서는 대표적으로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티치아노의 ‘회개하는 성 제롬’을 통해 주제 전체를 암시받는다. 나무와 암석이 어둡게 처리된 밤 풍경으로, 나무에 가려 비치는 달빛에 의해 인체가 드러난다. 부르짖는 노인 제롬이 가슴을 치는 모습과 주변의 사자, 붉은 추기경모자 등은 많은 상징성을 가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아름다움과 고상함, 빛과 어두움, 위험과 고독 등 작가로서 새로운 ‘야경’에 도전하는 외로운 감정이 이입된 수작이다. 관객은 이어 루브르에서 자랑하는 프랑수아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게 된다. 젊은 미소년으로 그려진 에로스에 의해 키스를 받으며 감싸 안긴 프시케가 부드럽고 매혹적인 육체로 신비스러움을 드러내 보인다.
두 번째 방 ‘황금시대’에서는 두 그림에서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를 비교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장 앙투안 와토의 ‘목욕하는 디이아나’와 프랑수아 부셰의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아나’다.부셰의 작품은 눈이 부시게 희고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낸 다이아나와 요정, 그 옆에 놓인 사냥감이 장엄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신비로운 여신의 전형을 드러내고 있고, 와토의 작품은 혼자 몸을 비틀며 앉아 있는 다이아나와 율동감 있게 표현된 풍경으로 복잡한 감정을 가진 평범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비록 습작이지만 ‘모나리자’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루브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은 죽음과 고통을 주제로 당시 루이18세의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성향과 숭고미, 비장미를 통해 뛰어난 근대의 정신을 총망라해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은 차분한 회갈색과 암갈색 벽면으로 중후한 미술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입구와 중간에 있는 파티션(가림막)으로 루브르 사진을 인화하여 마치 실제 루브르 박물관을 보는 듯 세련되고 안정된 전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미진·세오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