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퇴행성 관절염 세포치료제 ‘인보사’ 개발 초창기에 진척이 없자 내부적으로 회의감이 팽배해 있을때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밝힌 경영철학이다.
여기까지 인보사를 넷째자식으로 삼겠다던 이전회장의 꿈은 현실로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식약처가 코오롱측이 허가당시 허위성분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인보사 허가를 취소하고 회사를 형사고발하면서 이회장의 꿈은 산산조작이 났다.
지난해 11월 “박수받을 때 떠나겠다”며 용퇴를 선언한 그였지만 이제는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대상에 포함되는 처지에 놓였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 또한 한순간에 한국 바이오업계 간판스타에서 한국 바이오업계를 글로벌하게 망신시킨 ‘문제기업’으로 전락했다.
인보사 사태가 터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마치 자신에게 벌어진 일처럼 좌불안석하는 모습이다. 인보사 허가취소가 전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인보사 사건이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비화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현재 개발중이거나 개발 계획이 확정된 신약후보는 모두 10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향후 신약허가를 받고 인보사처럼 허위성분을 기재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오류나 부작용이 나중에 발견돼 취소될 신약후보도 상당수 나올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의약품 인허가 시스템을 갖췄다는 미국에서조차 허가받은 신약에서 나중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허가를 취소받을 때마다 전체 미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휘청거린 적은 없다.
인보사는 전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약품이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2만5000여 종류의 의약품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1개 약품의 문제를 전체 업계의 문제로 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손뼉치며 기뻐할 자들은 다름아닌 글로벌 제약사들이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서서히 강력한 경쟁자로 변모하고 있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인보사 사건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할일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식약처의 태도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인보사 취소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식약처도 결코 떳떳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지금 식약처가 가장 경계해야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강화 일변도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규제강화보다는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인허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신약 개발과정에서 지금보다는 한층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를 규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물론 평균 10여년이 걸리는 긴 시간과의 싸움을 벌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수 있는 ‘모럴 해저드’에 대한 경계심도 한층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도 인보사 사태를 별개로 보고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