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부자들]"삼성에서 한 우물…40대에 경제적 자유 달성"

용석균 솔리드이엔지 대표 인터뷰
삼성에서 30년간 "하루도 즐겁지 않은 것 없어"
월급쟁이 직장인에서 솔리드이엔지 대표로 '2막 설계'
국내 중소기업에 '스마트 팩토리' 전수가 목표
  • 등록 2019-01-26 오전 9:00:00

    수정 2019-01-26 오전 9: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직장에서 성공해 경제적 자유까지 달성한 월급쟁이 부자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돈 때문에 일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개발혁신팀에서 한우물을 판 국내 최고 ‘스마트 팩토리’ 전문가 용석균(사진) 솔리드이엔지 대표 역시 “지난 31년간 삼성에서 일하면서 단 하루도 즐겁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미 40대 후반 삼성의 최고 별 ‘임원’을 달고 노후 돈 걱정에서 자유로워진 그는 “지금 남은 단 하나의 소망은 글로벌 최고 삼성의 시스템을 국내 중소기업들에 널리 전파하는 소망”이라고 힘줘 말한다.

처음엔 용 대표도 솔리드이엔지의 대표직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미 그가 설립한 회사가 있었고 퇴직 전부터 꿈꾸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꿈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은 결심을 돌린 건 36세 젊은 사모펀드 대표인 정진혁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대표의 진심이다. 정 대표의 설득은 남은 노후를 한국 경제를 위해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과 맞아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5월 용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잠시 후배에게 맡기고 솔리드이엔지에 둥지를 틀었다.

직장에서 한우물 파면 40대 이후 돈은 ‘저절로’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IFC 42층 센트로이드 사무실에서 용 대표를 만났다. 국내 최고 스마트팩토리 전문가인 그는 지난 31년간 삼성전자의 개발혁신 파트에서 일을 하며 윤종용, 최지성, 권오현 등 내로라는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45세에 삼성의 별 ‘임원’을 달았고 각 사업부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세계 일등 제품 중 상당수가 그가 몸담았던 개발혁신팀의 숨은 헌신 속에 탄생했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혁신팀은 회사 전체가 제품 혁신을 위해 따라야 하는 삼성 내 헌법 즉,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정해진 헌법은 삼성전자 내 모든 부문이 따라야 할 규율이 된다. 이 규율은 프로세스와 기준정보라는 규칙으로 전 사업부에 제시돼 제품 개발자는 제품생명주기관리(PLM·Profuct Lifecycle Management)시스템을 사용하면 저절로 이를 지키게 된다.

용 대표는 “삼성에는 제품을 혁신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것이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푸르크푸르트 선언 이후 ‘기술력의 삼성’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2등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초격차’를 벌여 글로벌 1등 자리를 지켜온 삼성의 혁신이 결국은 헌법과도 같은 강한 내규에서 탄생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용 대표는 “지난 27년간 개발혁신 한우물만 파면서 지겨울 틈이 없었던 이유는 시대에 따라 고객의 니즈가 변하고 여기에 맞게 가이드라인도 변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30년 가까이 한우물을 파다 보면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 그 반열에 오르면 돈은 따라서 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도 버티기 힘든 어려운 날들이 있었지만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스마트 팩토리, 한국 경제 제2의 도약 발판

국내 중소기업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더이상 돈이 아니다. 회사의 오너인 사모펀드와 직접 연봉 협상을 직접 해 본적도 없다.

매일 아침 그를 눈 뜨게 하는 추진력은 스마트 팩토리가 한국 경제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릴 초고속 에스컬레이터라는 확신이다. 용 대표는 “스마트 팩토리는 단순한 인공지능(AI)가 아니다”라며 “한 기업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효율화, 지능화하는 총체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선진국인 독일에선 정부가 발벗고 나서 전 제조업의 스마트 팩토리화를 선언했다. 좋은 사례는 독일의 아디다스다. 중국의 있던 아디다스 신발 공장을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로 이전한 이후 15일이 걸리던 제조과정이 5시간으로 줄었다. 고객의 다양해진 니즈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는 제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에 있다.

용 대표는 “10여년부터 스마트 팩토리를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실제로 손에 잡히는 현실로 다가온 것은 최근”이라며 “나중에는 제조라인 기계들끼리 서로 교신을 해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생산을 조정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 ‘마이크로 팩토리’다. 이 단계가 되면 고객이 직접 원하는 디자인을 자신의 기호에 맞춰 주문하면 그때부터 생산에 돌입해 불과 몇 시간 내에 생산이 가능해진다. 용 대표는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느 한 부분이 바꿔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가 탈바꿈하는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사장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직원들에 ‘보람’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그는 직원들과의 신뢰 관계 쌓기에 주력했다. 솔리드이엔지 대전 본사 직원들은 더이상 그를 대표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에겐 용 대표가 아닌 ‘용 사장님’이다. 현장 직장들이 믿고 따르는 리더를 일컫는 호칭이 바로 ‘사장님’이다.

그는 현재의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혹여 부족한 부분이 보일 경우 과거 삼성 시절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삼성에서만큼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해결책이 쉽게 나온다”며 “지난해 체질개선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는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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