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1980년대 미국은 일본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급증하자 플라자합의·슈퍼301조 적용 등의 조치를 잇따라 꺼내들며 환율절상 및 통상압력을 강화했다. 한국도 당시 대미 흑자가 확대되고 있었던터라 미국의 통상제재가 수입규제, 시장개방 압력 형태로 한국에도 확산됐다. 이에 따라 80년대 후반 20~30%에 달했던 대미 수출 증가율은 90년 초반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당장 중국에 대한 통상제재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과거처럼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형태로 작용할 수 있어 보호무역주의가 내년 수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9일 2017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봤다. 올해는 수출(통관기준)이 전년보다 6.1% 감소하며 마이너스 폭을 줄이다가 내년에는 2.9%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교역량이 개선되고 유가·반도체 중심으로 단가가 오를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카드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 등 대미 원자재 교역 확대다. 미국이 열을 올리고 있는 셰일가스를 수입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무역보복을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한국가스공사는 내년부터 2037년까지 연간 280만t의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장기계약을 맺은 상태다. 민간기업인 SK E&S와 GS EPS도 2019년부터 2039년까지 각각 220만t, 60만t을 수입하기로 했다. 향후 유가추이 등을 보면서 추가적인 셰일가스 수입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미국의 물량공세가 어느정도 심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한국 수요 초과분을 해외에 팔 수 있고 국제 시장가보다 비싸면 셰일가스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이같은 좋은 계약 조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수입물량이 급하게 늘어날 경우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8차 전력수급계획,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짜는데 상당한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셰일가스를 도입으로 미국이 주시하는 무역수지 흑자폭을 줄이는 효과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향후 엄청난 셰일가스 물량공세를 할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