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김명준(20)씨는 얼마 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 취업했다.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며 틈틈이 준비해 온 자격증 덕분이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졸 채용 전형 중 기능대회 출신자 또는 다(多)자격증 소지자를 선발했고 용접기능사와 특수용접기사,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김씨가 채용됐다. 김씨는 “자격증을 많이 따 놓으니 어디 가서든지 자신감이 생긴다”고 뿌듯해 했다.
한 냉동공조시스템 회사에서 일하는 김재의(54)씨는 2년전 전 직장에서 에너지진단사와 에너지관리기사, 공조냉동기계기사 자격증을 땄다. 김씨는 “급여는 줄었지만 명퇴 압박에서 벗어나 정년제한 없이 일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격증 전성시대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자격증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는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특히 청년 구직자에게 자격증은 천편일률적인 고(高)스펙 경쟁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에게는 전직 가능성을 높여주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4000여 종에 달한다. 국가자격증 512종, 공인민간자격증 87종, 등록민간자격증 3243종 등이다. 지난해 국가자격시험의 경우 필기시험 응시자 130만9723명에 합격자는 51만4898명에 달했다. 공인민간자격증은 30만9759명이 지원해 20만3589명이 합격했다. 총 합격자는 71만8487명으로 지난해 전체 경제활동인구(2412만명)의 3%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 취득에 목을 메는 이유는 자격증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데다 몸값까지 높일 수 있어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면허형 국가자격 취득자의 월평균 임금은 345만5000원으로 우리나라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245만4000원)보다 100만원 이상 높다. 숙명여대 이영민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대생의 경우에도 자격증 취득자 임금(164만원)이 미보유자(152만원)보다 12만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희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은 “지난해 실시한 기업 직업훈련 실태조사 결과 60% 이상의 기업이 채용 시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한다고 답했다”며 “임금결정 시에도 40% 정도의 기업이 자격 취득자를 우대하는 등 효용성이 커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지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