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5일(현지시간)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한 해 전 미국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세계 최고의 ‘트리플A’(AAA) 등급을 강등당하자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의 위상도 그 만큼 낮아질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미 국채는 여전히 안전자산으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년 전 2.6%였던 것이 지난 3일 1.575%까지 떨어졌다(국채값 상승). 30년 국채 금리도 4%대에서 2.5%선으로 하락하는 등 대부분 만기의 미 국채는 최고 등급 상실 이후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등급강등 이유였던 막대한 재정적자 및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미국에 대한 신뢰에 흠집을 내긴 했지만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워낙 심해 이를 압도했다. 데이비드 코드 윌리엄스캐피털 채권 담당 헤드는 “금융시장이 계속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은 오로지 안전자산만을 찾았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은 여전히 트리플A 등급에 준하는 국가며, 미 국채는 계속 최고의 도피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에 대한 신뢰는 각국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도 여전했다. 지난 1년 사이 중국과 일본은 각각 1조2000억달러, 1조1000억달러씩 미 국채 보유규모를 늘렸다. 미 달러화는 여전히 전 세계 기축 통화로 통용중이고 미 국채의 유동성도 10조달러로 상당히 풍부해 사실상 돈을 굴리기엔 미 국채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 유럽 재정위기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이 여전한데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 동력도 예전만 못해 안전자산 선호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물론 재정절벽 문제가 미국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있다. S&P는 미국에 대해 여전히 등급전망 ‘부정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같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의 상황을 볼 때 웬만한 충격에 시장이 단련돼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과거라면 미국의 등급강등이 완전히 새로운 악재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또 재정적자 문제 심화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안전자산 국채 수요를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지난 1년간 미국채 10년물 금리 . 출처:CNN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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