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1달러 연봉 1유로 매물… 푼돈의 경제학

  • 등록 2008-12-11 오전 9:34:04

    수정 2008-12-11 오전 9:34:04

[조선일보 제공]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집값도, 주가도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1달러, 1유로 몸값'이 유행이다.

지난 9월 15일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미국 4위의 투자 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프랑스 법인은 '1유로짜리(약 1800원) 매물'이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는 프랑스 지사를 단돈 1유로에 일본 노무라 홀딩스에 넘기는 것을 승인해 달라고 미국 파산법원에 신청했다. 리먼 프랑스 지사를 사겠다고 나선 곳이 단 한 곳, 일본 노무라 홀딩스의 프랑스 지사인 '방크 노무라 프랑스'뿐이었다.

표면상 1유로이지만 실제 노무라가 부담할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리먼 프랑스 지사의 직원, 운영 기록, IT 인프라, 사무가구 등 모든 자산을 인수하는 대신, 얼마가 될지 모르는 빚덩이를 떠안겠다는 조건이어서 실제로는 엄청나게 비싼 '1유로'가 될 전망이다.

최근엔 망할 처지에 몰려 정부에 손 벌리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줄줄이 '1달러 연봉'을 선언했다. 지난달 연방의회 청문회장에서만 해도 "현재 연봉이 적절하다"며 버텼지만,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2주 만에 태도를 180도 바꿨다. 앞서 미국 정부로부터 1500만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보험사 AIG의 에드워드 리디 회장도 앞으로 2년간 연봉이 1달러로 깎였다.

'1달러 몸값'의 표본은 1970년대 말 망해가는 회사를 살려낸 크라이슬러의 전 회장 리 아이아코카였다. 1978년 쓰러져가던 크라이슬러 CEO를 맡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스스로 연봉 1달러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연봉 1달러'는 CEO들의 뼈를 깎는 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스티브 잡스는 1998년 애플의 CEO로 복귀하면서 '연봉 1달러'를 선언, 10년 넘게 1달러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종종 몸통에 비해 꼬리가 천문학적으로 큰 '무늬만 1달러'도 있다. 스티브 잡스의 연봉은 1달러지만,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주식 배당, 스톡 옵션 등으로 실제 수입은 6억4000만 달러(약 9000억원)나 됐다. 지난해 경영 부진으로 물러난 야후의 테리 시멜 회장도 '연봉 1달러'를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스톡옵션과 성과급 등으로 총 7170만 달러(약 1000억원)를 챙겼다.

미국 '빅3' 자동차회사 가운데 GM의 CEO 릭 왜고너는 지난해 수입이 1570만 달러(약 220억원), 포드의 앨런 멀랠리 회장도 2200만 달러(약 300억원)나 됐다. 보통 사람은 평생 구경도 못할 천문학적 수입을 챙기면서 회사는 망하게 만들었기에 뒤늦게 '연봉 1달러'를 외쳐봤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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