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터가 바뀐다`..역·주상복합에 `둥지`

땅값·상인반발·교통문제 등으로 단독점포 세우기 힘들어
  • 등록 2006-12-28 오전 9:20:34

    수정 2006-12-28 오전 9:20:34

[이데일리 윤진섭·이태호기자] `땅값이 비싸서 단독주택 버리고 셋방으로.`
 
대형 할인점의 자리가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터를 잡아 독립된 건물을 올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민자역사와 월드컵경기장, 주상복합 등의 대형 건물에 더부살이로 점포를 여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심 내 할인점을 내야 하는 대형 유통회사와 건설, 시행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

할인점 입장에서는 도심 내 대규모 부지를 내기 위해선 땅값이 비싸 쉽지 않다보니 주상복합, 민자역사, 경기장이 유력한 대안이 되고 있다. 반면 시행사와 건설업체는 할인점이 들어서면 상가 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단독점포는 비싸니까`..주상복합, 쇼핑몰, 민자역사로 
 
신세계(004170)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양천구 목동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 목동 트라팰리스 지하에 이마트를 출점할 예정이다. 또 내년 3월 완공 예정으로 건대 야구장 부지에 짓고 있는 1300가구 규모의 스타시티에도 이마트가 들어선다.

이마트는 최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인근에 신축중인 테크노마트 쇼핑몰 지하 2층을 분양 받아, 내년 하반기 개점할 계획이다.
▲ 홈에버 월드컵몰점 외관

롯데쇼핑(023530) 롯데마트도 주상복합 내에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건설이 마포구 공덕동에 짓는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출점이 확정됐고, 중구 황학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주상복합 롯데캐슬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성북구 월곡동 40층 2개동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에 들어서고, 천호동 주상복합 베네시티에도 연면적 8000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할인점이 민자역사나 월드컵경기장에 출점하는 사례도 두드러진다. 이마트는 용산 민자역사 내 복합쇼핑몰에 3000평 규모로 할인점을 운영 중이고, 의정부 역사와 죽전 차량기지, 왕십리 민자역사에 이마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서울 서부역 민자역사에 3000평 규모의 할인점을 열었고, 청량리 민자역사에도 할인점 출점을 검토 중이다.

홈에버(구 까르푸) 마포 월드컵 경기장 출점 성공 후 월드컵 경기장도 할인점 출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롯데마트가 광주 월드컵 경기장, 삼성홈플러스가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점포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할인점-건설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과거 할인점은 도심 내 대규모 부지를 확보해 별도의 점포를 냈다. 그러나 땅값이 급등하고, 주변 상인 반발·교통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별도의 점포를 내기보다는 주상복합, 민자역사, 월드컵 경기장 등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땅값이 많이 오르고 지역 상인들의 반발도 많아 기존 방식대로의 출점이 어려워졌다"면서 "이제는 규모에 고집하지 않고, 부지에 따라서 이마트의 폼(형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을 짓는 건설업체나 민자역사 사업자 등도 대형 할인점 유치가 매력적이다. 주상복합의 장점인 원스톱 리빙을 실현할 수 있고, 대형 쇼핑몰(민자 역사)은 할인점 연계를 통해 유동인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상가 미분양을 할인점 입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상가레이더 박대원 연구원은 "할인점을 유치할 경우 주상복합이나 민자역사는 상가 물량 중 절반 이상을 한번에 털 수 있다"라며 "할인점과 주상복합, 민자역사의 '짝짓기'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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