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한다. 액정을 포함한 제4의 상인 ‘네마틱’은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액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고체처럼 분자의 배열이 규칙적이다. 네마틱 상이 양자역학적인 스핀(전자의 각운동량)계에서도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은 반세기 전부터 있었지만, 실제 물질에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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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사극자의 존재를 빛(X선)을 이용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설계했다. 우선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협업해 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장비(RIXS)를 4년여에 걸쳐 개발했다. 이후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가속기 빔라인에 개발한 분광기를 구축해 실험했다.
스핀 네마틱 상의 발견은 물리학자들의 숙원 과제인 스핀 액체 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조길영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 정보 기술에 활용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스핀 액체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스핀 네마틱은 스핀 액체와 공통적인 물리적 성질을 지녀 스핀 액체 탐색의 핵심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범준 부연구단장은 “RIXS는 양자 간섭을 통해 스핀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X선 과학 분야에서 지난 10년 간 가장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라며 “국내 방사광 X선 실험 인프라, 활용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연구가 가능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