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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D램 가격은 약 2년 간 두 배 정도 뛰었다. 2016년 말 평균 1.94달러였던 PC용 D램(DDR4_4Gb_512Mx8_2133MHz) 가격은 지난 5월 평균 3.94달러로 급등했다. 절대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은 30%가량 올랐다.
가파른 D램 가격 상승세를 두고 중국 당국은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D램 시장 95.4%(1분기 매출액 기준)를 점유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짜고 가격 급등세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수요가 이끈 D램 값 상승세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급이 꾸준히 늘어나는데도 수요가 이보다 더 빠르게,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 급등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가격을 움직인 주체는 가격 담합이 아닌 수급 불균형이었다는 의미다.
실제 D램 시장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램 수급 총족율은 2016년 10월 이후 대체로 마이너스(-) 상태를 보였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공급-수요) 비율을 나타낸 수급 충족율이 0보다 작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통적 D램 수요처인 모바일, PC 등 기기 출시를 앞두고 통상 하반기에 공급이 부족해졌지만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상반기에도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각 기업마다 처리할 데이터 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 대거 들어가는 서버향 D램을 중심으로 수급이 빡빡해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까지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며 서버 D램 구매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라며 “3분기 서버 D램은 예상 대비 공급 증가율이 낮아 추가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고객과 이미 1년 납기 계약을 맺었지만 상반기 IDC 업체가 추가 물량을 요청했다”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하반기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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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에 맞춰 그만큼 공급을 늘리면 가격도 안정세를 찾겠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대비 공급 증가량이 예전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해 이후 매번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비트그로스(bit growth)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Y 나노급 2세대 D램 양산에 나섰고 SK하이닉스도 1X 나노로의 기술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3360억원을 투자에 쏟아부었다. 올해 1분기엔 이미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4조6180억원 투자를 집행했다. 1분기 영업이익 4조3673억원을 벌어 모두 투자로 흘러들어갔다.
결국 D램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려면 결국 이들 3사가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다른 업체도 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말께가 그 균형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익스체인지는 “연말께로 갈수록 D램 공급량 증가가 이뤄지면서 (가격 오름세가 가장 가파른 서버 D램의) 가격 오름세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가격 담합, 미국 업체의 특허권 제소 등이 D램 값 상승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고객사의 가격 저항, 중국 정부의 압력 등으로 모바일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서버·PC D램 ASP보다 더 빠르게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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