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막힌 코스닥, 주주배정 유증 급증에 개미 원성

이달 11개기업 주주배정 혹은 일반공모 유증 결정
유증 결정후 지분희석 우려에 주가 평균 12.7%↓
"자금부담 떠넘겨…재무구조 취약기업 투자 유의해야"
  • 등록 2017-09-29 오전 6:45:06

    수정 2017-09-29 오전 6:45:06

[이데일리 윤필호 이후섭 기자] 코스닥시장에서 주주배정 혹은 일반공모 방식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분 희석 우려로 주가 하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창구가 마땅치 않아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경우 악화된 경영 부담을 주주 및 개인투자자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증을 결정한 24개 기업 중에 하림(136480)(1035억원) 에프티이앤이(065160)(378억원) 아이원스(114810)(330억원) 이수앱지스(086890)(321억원) 잉크테크(049550)(170억원) 윈팩(097800)(166억원) 메디프론(065650)(110억원) 등 7개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정했다. 스포츠서울(039670)(218억원) 액트(131400)(10억원) 넥스트바이오홀딩스(051980)(10억원) 리켐(131100)(10억원)은 일반공모로 유증을 진행한다. 주주배정 혹은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은 지난 6월 총 5건에서 7월 3건을 거쳐 지난달 13건으로 급증했다. 이달에는 이날 기준 11건으로 집계됐다.

하림은 내년까지 총 1711억원을 들여 선진국형 동물복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열악한 양계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도계시설 재배치 및 부대시설 증설을 위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1035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사내 보유자금과 차입금으로 충당한다. 다만 하림은 주가 희석 우려로 유증 발표 이후 3거래일 만에 21.2% 급락했다. 하림 관계자는 “15년 된 노후시설을 교체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내부 자금 및 차입금만으로는 해결하기 벅차다”며 “최대주주 제일홀딩스가 이번 유증에 500억원 정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나노섬유 제조업체 에프티이앤이는 필리핀공장의 설비투자 등 시설자금으로 252억원을 투자한다. 아이원스는 신규 세정코팅사업장 구축 등에 160억원을, 윈팩도 SK하이닉스 물량 증대에 대비한 시설투자에 100억원의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유증도 진행된다. 잉크테크의 부채비율은 상반기 말 기준 581.5%에 달하며 차입금 비중이 높아 이자비용만 13억원을 지불했다. 상반기 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회사는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전환사채와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85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 유증까지 완료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잉크테크 관계자는 “앞서 적자사업부 철수,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올해 마지막 자금조달 방안으로 주주배정 유증을 통해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총 차입금 690억원 중 단기 차입금 위주로 260억원 이상을 상환해 이자비용도 줄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에프티이앤이는 유증자금 중 125억원을 사채 상환에 사용하며 아이원스·윈팩 등도 차입금 상환에 나선다. 에프티이앤이 주가는 유증 소식에 20.3% 빠졌으며 윈팩과 잉크테크도 각각 12.0%, 3.4% 내렸다. 이달 주주배정 및 일반공모 유증을 결정한 기업들의 평균 주가하락률은 12.7%에 달했다.

기업 자금조달은 기존 주주 변동없이 이뤄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면 은행 대출이 가장 무난한 방안으로 꼽힌다. 게다가 통상 유상증자 발행비용 부담은 회사채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증을 선택했다는 것은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인부채 증가에 부담을 느끼거나 외부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부채 상환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 악화된 재무 건전성과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성공 확률이 낮아 유증을 통한 자본금 증대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동성 증가 추세가 둔화하고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자금조달 환경마저 녹록지 않다. 지난 7월 기준 시중통화량(M2) 증가율은 5.1%로 2015년 10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왔으며 제3자배정 유증에서 자주 활용되는 저축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 금리는 연 8.46%로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경기가 오랜 기간 불황을 겪으며 경영이 악화된 기업들이 코스닥에 다수 존재해 유증이 증가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 활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은행 대출 등 일반적인 차입조건이 나빠져 차선책으로 유증을 선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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