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씨티는 스미스바니 주식 중개(brokerage) 사업부를 분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문이자 이사로서 씨티호(號)를 사실상 움직여 왔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퇴임한다고 밝혔다. 루빈은 위기 속에서 씨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미 씨티는 `경영하기엔 너무 커져버린(too big to manage)` 상태로 지적돼 왔다.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처럼 머리가 너무 많은 조직은 장악되지 못했으며, 합병의 주체였던 존 리드 전 회장까지도 씨티 합병 10주년을 앞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씨티는 `슬픈 이야기`로 판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씨티그룹의 탄생, 실수인가 실패인가
◇ 씨티, 알짜배기 스미스바니 떼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씨티가 주식 중개 사업부 스미스바니를 떼내 모간스탠리와 합작법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딜(deal)이 신용위기 이후 월가 재편의 상징적인 것으로, 궁극적으로 중개 사업에 있어 강력하고도 독점적인 업체의 탄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미스바니는 1998년 샌포드 샌디 웨일이 이끌던 트래블러스 그룹을 374억달러에 인수할 때 씨티에 편입됐다. 바로 한 해 전 스미스바니는 90억달러에 살로먼 브러더스의 모회사 살로먼을 인수해 살로먼 스미스바니로 몸집을 불린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1년간 200억달러의 손실을 내 온 씨티의 현재는 이렇게 값어치 있는 사업부를 내놓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씨티는 재무부로부터 450억달러를 수혈받았고, 3060억달러의 부실자산도 보증받기로 했다. 관련기사 ☞ 美, 씨티式 부실자산 보증 확대한다 주가는 지난해 77% 미끄러졌다.
공적자금 투입 후 다른 경영진들이 스미스바니 매각 주장을 내놨을 때에도 팬디트 CEO는 반대했지만, 최근 논의에선 스미스바니 매각이란 결단을 통해 올해 1분기에는 어떻게든 흑자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 `책임론 압박` 루빈, 씨티 떠난다
지난 1999년 씨티에 합류했던 루빈은 퇴진 압박 속에서 지난 달 사임을 결심했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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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씨티가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씨티와 트래블러스 합병도 재무장관 시절 규제 완화를 통해 도운 것 또한 이제 중대한 과실이 되고 있다.
루빈은 지난 9일 팬디트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를 비롯해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 금융 시스템이 처하고 있는 극단의 환경과 관련한 중대한 가능성을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6개월 전부터 씨티 경영에 대한 개입을 줄일 계획을 해 왔다면서 다른 외부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담커진 팬디트 CEO..`추가 매각 vs. 추가 지원`
일련의 정리 작업 속에서 가장 바빠지고 부담이 커진 인물은 팬디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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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팬디트를 대체할 만한 적임자도 없고, 모간스탠리와의 주식 중개 합작법인 설립이란 특단의 결정을 통해 실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팬디트의 리더십은 혹평은 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하고 있는 씨티는 오는 22일 발표할 지난해 4분기 실적도 41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이 경우 520억달러를 들여 씨티 우선주를 매입한 정부가 추가 지원에 나설 공산도 없지 않다.
한편으론 루빈의 사임으로 자산 매각이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무르익고 있다. 주식 중개 사업부에 이어 이를 포함하고 있는 자산 운용 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매수자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WSJ은 씨티가 이 밖에도 멕시코 은행 사업부 그루포 파이낸시에로 바나멕스 매각과 함께 대출 및 부실자산을 합쳐 관리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실자산 매각을 손쉽게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