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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이 말은 실제 상황이다. 술을 맛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다. 심지어 ‘스타일’로 술을 즐긴다는 이들도 있다. 술은 점점 더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
술 소비가 다시 늘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5년 감소세를 보였던 우리나라 전체 술 소비량이 2006년에는 317만㎘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이는 여성 음주인구 증가와 함께 와인으로 대표되는 저도주(低度酒) 보급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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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이 청담동 일대에서 대규모 파티를 열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위스키 전문업체 진로발렌타인스 홍준의 홍보팀장은 “전체적으로 양주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특정 증류소에서 100% 맥아를 숙성시켜 만드는 순종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위스키의 경우 싱글 몰트 위스키가 각광 받으면서 위스키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여성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싱글 몰트 위스키가 와인과 함께 주류 시장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질로 승부하는 술이라는 뜻이다. 국내 음주문화 세대교체의 첫 신호탄이었던 와인 열풍이 위스키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싱글 몰트 애호가인 장헌상 스코틀랜드국제개발청 대표는 “와인이 유행하면서 한국도 술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다 마시는 과정을 중시하는 ‘질적인 음주’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위스키도 ‘좋다’ ‘나쁘다’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평가하던 데서 벗어나 캐릭터별로 세분화되는 위스키 맛의 경로를 인식하는 시대가 됐다”고 싱글 몰트 위스키의 유행을 풀이했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위스키의 생산지, 향, 독특한 맛 등이 대화의 주제가 되는 일은 퍽 흔하다.
소주와 맥주 양주 뿐 아니라 칵테일 베이스 정도로만 알려졌던 보드카 진, 와인 등 다양한 주종을 고루 갖춰 주종 선택권을 넓힌 것이 장점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더 팀버 하우스’의 경우 소주 바, 칵테일 바, 위스키 바가 한 곳에 결합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단순한 바가 아닌 그 이상의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게 매트 수터 파크 하얏트 서울 식음료부장의 말이다.
술에 대한 기호가 다변화되면서 맥주 등 기존 주류 업체들도 틈새 상품 개발에 열심이다. 지난해 100% 보리 맥주 ‘맥스’를 내놓은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여성이나 외국생활을 경험한 젊은층 등 술 소비 계층이 세부적으로 나뉘면서 기존에 없는 틈새 제품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신제품 개발 배경을 밝혔다.
물론 달라진 술 문화가 모두에게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이상명(39) 멜론 PD는 “여자 동료가 많아지면서 술을 많이 마시는 회식 자리가 줄고, 주종도 와인 샴페인 칵테일 등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달라진 회식 문화를 설명했다.
하지만 간단히 마시고 헤어지는 술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예전보다 술자리가 깔끔하고 건강에도 이로우니까 좋지요. 그렇지만 술자리는 원래 하나되는 자리잖아요. 서로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좀 허전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