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작업의 정석’에 등장하는 G 시계. 극중에서 민준(송일국)이 차고 있다. | |
이 시계의 마케팅에는 유명 연예인·전(前)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이용됐고, 심지어 영화 대사에도 이 시계가 명품임을 자랑하는 대사가 삽입됐다. 강남의 유명 백화점에 전담코너가 개설됐고, 홈쇼핑에서도 상당한 판매량을 올렸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이 시계는 명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0년 전통의 이태리 명품’, 생긴 지 5년에 불과=초고가 시계 G. 지난 2003년 코엘류 당시 축구 국가대표 감독에게 540만원짜리 시계를 협찬하며 유명해진 이 브랜드는 2002년 한국에 상륙해 강남의 유명 백화점에 매장을 열었다. 현재는 청담동에 30여평 규모의 고급 매장을 갖고 있다. 시계 가격은 최저 200만원대부터 다이아몬드가 박힌 제품은 1800만원이 넘는다.
초호화 마케팅을 펼친 G시계의 전략은 주효했다. 지난해 말 한 홈쇼핑 방송에서는 개당 299만원짜리 시계 70여개가 매진됐다. 홈페이지에는 시계 협찬을 받은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남자 주인공은 이런 대사를 읊는다. “이 시계 G예요. 우리 나라에 딱 세 개밖에 수입 안 된 진짜 명품 중의 명품이라니까요.”
이 시계는 국내 I사를 통해 2002년부터 한국에 판매되고 있다. I사 홈페이지에는 “3대에 걸쳐 시계와 주얼리를 만드는 이태리의 전통적인 기업으로, 창업주는 1822년 생인 지오반니 달레시오”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180년 전통의 숨결을 자랑하는 이태리 명품 브랜드로, 해외파 유학생 등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G사가 내세운 ‘달레시오’란 창업인물도 허구로 드러나고 있다. 이 사장은 “달레시오가 누구냐”는 질문에 “4년 전 본사에서 보내준 자료를 그대로 실었을 뿐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고는 G사 본사 대표라며 이탈리아인 M씨를 소개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던지자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게 누구냐”고 반문했다.
◆스위스 본사의 정체도 의문=명품이라는 G사의 브랜드는 스위스 시계협회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 시계협회 관계자는 “등록하지 않는 시계회사도 있을 수 있지만, 유명한 명품 스위스 시계 브랜드가 등록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유럽 최대의 스위스 시계 전문 백화점인 ‘부커러(Bucherer)’의 스위스 지점 세 곳에 문의했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모두 “처음 듣는 브랜드”라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팀이 홈페이지에 기재된 본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전화를 받은 직원은 프랑스어로 “제네바엔 본사가 없다. 끼아소(스위스 남부도시)에 본사와 공장이 있다”고 답변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본사 전화도 지역번호가 제네바가 아닌 끼아소로 나타났다.
이 회사 홈페이지는 자사가 45개국에 시계를 수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 판매점에 전화를 걸자, 종업원은 “매장에서는 살 수 없으며 이메일이나 팩스로 주문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LA에 있는 매장은 코리아타운 내 쇼핑센터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의 의혹 제기에, I사측은 “본사와 공장이 모두 끼아소에 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G사측은 “전 직원은 12명이지만 지금은 모두 휴가 중이어서 직원들이 몇 명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명품시계 회사 공장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