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장기화와 4차산업시대 흐름에 따라 ICT(정보통신기술)·바이오 벤처는 주목받는다. 하지만 제조업 벤처는 투자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해 지방 벤처들 역시 갈수록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벤처투자가 사상 처음 7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관춘 등과 같이 투자에서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바야흐로 ‘제2 벤처붐’에 접어든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7조 68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0년 투자실적 4조 3045억원보다 3조 3757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은 78.4%에 달했다.
벤처투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업 등이 주도했다. ICT는 전년보다 1조 3519억원 증가한 2조 4283억원을 기록, 단일 업종으로는 처음 벤처투자 2조원을 달성했다. 유통·서비스 역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조 4548억원을 기록했다. 100억원 이상 대형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57곳에 달했다.
하지만 모든 벤처가 이같이 투자 유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업종이나 지방에 있는 벤처는 오히려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제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벤처투자 중 전기·기계·장비와 화학·소재 등 제조업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제조업 벤처 창업은 2017년 5만 8015개에서 2020년 4만 9928개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전체 벤처 창업이 125만 6267개에서 148만 4667개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 벤처 소외 역시 문제로 꼽힌다. 벤처기업 수도권 비중은 지난 2018년 47.7%에서 지난해 55.4%로 늘어났다.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린 셈이다. 벤처투자 전문인력 역시 80%가량이 수도권에 편중된 상황이다.
결국 최근 벤처투자 트렌드를 보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반짝’ 아이템으로 대박이 나면 곧바로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업종에 몰린다. 제조업과 같이 성과로 이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벤처투자 왜곡 현상은 결국 정부가 나서 바로잡아줘야 한다. 정부 출자로 만들어진 모태펀드 중 소외된 벤처 분야를 선별한 뒤 별도 펀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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