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9세기 고전 문학부터 5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까지 다채로운 소재의 창작극들이 다음달 연이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규모는 작아도 실력 있는 국내 창작진의 손을 통해 태어난, 속은 꽉찬 창작극의 매력을 느낄 기회다.
| 창작뮤지컬 ‘붉은 정원’의 한 장면(사진=벨라뮤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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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붉은 정원’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로 불리는 이반 투르게네프가 1860년에 발표한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창작뮤지컬이다.
2018년 초연 당시 서정미 넘치는 섬세한 문체와 감수성을 담은 원작을 무대로 잘 살려내 마니아 관객에게 어필할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 정은비, 작곡가 김드리, 연출가 성재준, 안무가 홍유선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한다. 제작사 벨라뮤즈는 “원작의 매력은 그대로 살리면서 인간 본연의 감성인 사랑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무대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25일에는 유니플렉스 1관에서 뮤지컬 ‘검은 사제들’이 초연에 오른다.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주연으로 2015년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장재현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각종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었던 창작뮤지컬 ‘호프’의 창작진 강남 극작가, 김효은 작곡가, 오루피나 연출이 의기투합하고 제작사 알앤디웍스가 제작을 맡아 올해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원작영화와 마찬가지로 이번 뮤지컬도 국내 무대에선 흔히 볼 수 없었던 오컬트(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소재) 장르로 무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연을 홍보하는 로네뜨 관계자는 “원작의 기본 스토리는 유지하면서도 뮤지컬답게 음악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종교적인 음악부터 현대적 분위기의 곡까지 다채로운 편성으로 풍성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창작뮤지컬 ‘검은 사제들’ 포스터(사진=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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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KT&G 상상마당 등의 지원을 통해 개발돼 2019년 정식 초연한 창작뮤지컬 ‘더 픽션’은 다음달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소설 속 살인마가 현실에 나타났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3인극이다. 3월에는 소프라노 윤심덕이 살아있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연극 ‘관부연락선’, 의문의 사건으로 명동 로망스 다방으로 가게 된 공무원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명동 로망스’ 등 기발한 상상력의 창작극이 무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공연계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에도 창작극이 연이어 개막하는 것은 그만큼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크기 때문이다. ‘객석 2칸 띄어앉기’가 완화된다면 이들 창작극이 공연계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지금 공연계는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며 “‘객석 띄어앉기’ 완화와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 마련이 함께 한다면 이들 창작극이 공연계를 정상화하는데 작게나마 기여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