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영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빌딩 매각 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에 삼정KPMG가 선정됐다. 빌딩을 보유한 코람코자산운용은 이번 주 중 삼정KPMG와 매각 자문사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오는 7월 말까지 이 건물의 매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그룹빌딩은 1992년에 준공됐고 삼성카드 본사 사옥으로 사용되다 현대그룹이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한 용도로 2008년 11월에 189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현대그룹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 확보를 위해 2012년 코람코자산운용(코람코9호펀드)에 현대그룹빌딩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2262억원에 팔았다.
당시 현대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 경기 불황에 그룹 전체 자산의 80%가량(금융업 제외)을 차지했던 현대상선이 큰 타격을 받았다. 2009년 기준 현대상선의 매출액은 6조9386억원으로 전년(8조9309억원)과 비교해 22.3%(1조9923억원) 감소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764억원, 83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현대그룹빌딩이 위치한 곳이 일반 상업지역인 만큼 인수자가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텔, 호텔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이 가능하다. 서울 도심에서 약간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대지 면적이 3000평을 넘는 등 넓은 편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현대그룹빌딩은 현대상선이 임대차 주계약자로 현대엘리베이터 등 다른 계열사들과 다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태다. 관건은 현대그룹이 현대그룹빌딩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 백(buy-back) 권한의 행사 여부다. 계약 당시 주계약은 현대상선, 바이백 권한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일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빌딩은 계열사들의 임대 계약이 5년 남아 있기 때문에 공실 우려가 작다”며 “또 상업지역에 땅 면적도 넓기 때문에 많은 인수 후보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어터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