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연많은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새 주인 찾는다

  • 등록 2017-03-30 오전 7:00:00

    수정 2017-03-30 오전 7:00:00

[이 기사는 29일(수) 오후 6시 55분에 이데일리 유료 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서울 강북 종로5가 전철역 인근의 대지면적 1만1106.3㎡(약 3365평)에 우뚝 솟아있는 현대그룹빌딩. 빌딩의 입구에는 녹색 삼각 로고의 ‘현대그룹’ 마크가 선명하게 내걸려 있고,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다수의 현대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그렇지만 이 빌딩의 주인은 이미 현대그룹이 아니다. 이 빌딩의 주인은 현대그룹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넘어간 상태이고, 올해말이면 또 다시 새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역사만큼이나 이 빌딩의 운명은 파란만장하다.

현대그룹의 영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빌딩 매각 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에 삼정KPMG가 선정됐다. 빌딩을 보유한 코람코자산운용은 이번 주 중 삼정KPMG와 매각 자문사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오는 7월 말까지 이 건물의 매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그룹빌딩(구 은석빌딩)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고 동관과 서관 등으로 구성돼있다. 대지면적은 1만1106.3㎡(약 3365평), 연면적은 동관 2만9220.6㎡(약 8854평)·서관 2만3255.7㎡(약 약 7047평) 총 5만2476.31㎡(약 1만5901평)다. 층수는 지하 4층~지상 16층(동관 지하 4층~지상 12층, 서관 지하 4층~지상 16층)이다.

현대그룹빌딩은 1992년에 준공됐고 삼성카드 본사 사옥으로 사용되다 현대그룹이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한 용도로 2008년 11월에 189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현대그룹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 확보를 위해 2012년 코람코자산운용(코람코9호펀드)에 현대그룹빌딩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2262억원에 팔았다.

당시 현대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 경기 불황에 그룹 전체 자산의 80%가량(금융업 제외)을 차지했던 현대상선이 큰 타격을 받았다. 2009년 기준 현대상선의 매출액은 6조9386억원으로 전년(8조9309억원)과 비교해 22.3%(1조9923억원) 감소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764억원, 83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여기에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대그룹의 재무 악화 부담은 더 커졌다. 반짝 빛을 보던 현대의 대북사업은 2008년 7월 북한군이 금강산 관광객을 사살하면서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후 1년10개월가량 관광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2008년과 2009년 213억원과 2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그룹빌딩이 위치한 곳이 일반 상업지역인 만큼 인수자가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텔, 호텔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이 가능하다. 서울 도심에서 약간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대지 면적이 3000평을 넘는 등 넓은 편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현대그룹빌딩은 현대상선이 임대차 주계약자로 현대엘리베이터 등 다른 계열사들과 다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태다. 관건은 현대그룹이 현대그룹빌딩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 백(buy-back) 권한의 행사 여부다. 계약 당시 주계약은 현대상선, 바이백 권한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일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빌딩은 계열사들의 임대 계약이 5년 남아 있기 때문에 공실 우려가 작다”며 “또 상업지역에 땅 면적도 넓기 때문에 많은 인수 후보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어터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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