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필요하다면 복수는 해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후련해지는 것은 아니다”(고선웅 연출).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조씨고아(趙氏孤兒)’가 오늘날의 시선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두 편의 연극이 함께 선을 보이게 됐다.
우선 먼저 개막한 작품은 국립극단의 가을마당 네 번째 작품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오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이다. 국립극단과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은 연극 ‘칼로막베스’ ‘홍도’ ‘아리랑’ 등을 통해 고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보여 왔다.
또 다른 작품은 극단 해보마(해를보는마음의 줄임말)의 이른바 무협활극 ‘조씨고아’다.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극단 해보마가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서 내놓은 래퍼토리다.
‘조씨고아’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 사건을 원나라 때 기군상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중국의 고전이다.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속에서 마지막 핏줄이 살아남아 복수를 결행한다는 이야기를 뼈대로 하고 있다.
|
정영 역의 하성광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고선웅은 “자기의 감수성으로 연출의 디렉션을 크게 확대해 잡아가는 멋진 배우다. 1막부터 하이텐션으로 감정의 격랑을 2시간 20분 내내 유지한다”고 칭찬했다.
과연 ‘복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묵자’의 대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힌다.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니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보면 어느새 늙었네.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
왕위 찬탈을 위해 조씨 일가 300명이 몰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에는 희생과 신의의 가치를 일깨운다. 무협적 상상력과 다양한 무대언어, 극장을 가득 메우는 영상 등의 연출기법이 특징이다.
앞서 해보마는 대표작 ‘두드려라, 맥베스’를 2016년 아비뇽오프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선보이는 등 2017년에는 아르헨티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속도감 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전달도 될 만한 황준형의 ‘조씨고아’는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