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트 코리아]급부상한 2030, 소비 이끈다

패션·유통시장서 주력층 떠올라..매출비중도 1위
'젊은 매장' 전면개편..트렌드·명품 대중화 이끌어
  • 등록 2013-01-09 오전 9:22:12

    수정 2013-01-09 오전 10:03:24

[이데일리 김미경 장영은기자] 지난해 10월 개장 9년만에 리뉴얼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영플라자. 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홍대나 가로수길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카시나’ ‘라빨레트’ 같은 유명 길거리 패션매장들이 대거 입점해서다. 백화점 처음으로 온라인 의류쇼핑몰 ‘스타일 난다’ 매장도 생겼다. 재단장 이후 방문고객은 이전 32세에서 29세로 낮아져 젊은 층의 유입이 확대됐다. 신헌 사장이 강조한 ‘젊은 롯데’가 곳곳에 스며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고객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과도한 인사’ 자제령을 내렸다. 젊은 고객들이 지나친 친절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직원들에게 고객과 눈이 마주칠 경우 가벼운 목례와 눈웃음으로 응대하게 했다. 이 백화점이 업계 처음으로 18~35세 고객전용 VIP룸 ‘U라운지’를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빈폴의 신규 브랜드 ‘바이크리페어샵’은 전속 모델로 20~30세대에 인지도가 높은 그룹 ‘버스커버스커’를 채택했다.
2030 잡아라..백화점 ‘영존’ 늘어

“젊은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모셔라.” 유통 및 패션업계의 ‘젊은 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20~30대로 대표되는 이들은 고연령층 및 VIP고객과 비교하면 아직 1인당 지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고 관련제품에 대한 단골성향도 높은 만큼 업체들의 장기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자료=신세계백화점
8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의 32%가 30대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작년 연령대별 매출분석 결과를 보면 30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는 지난 2010년 처음으로 백화점의 주력 소비 계층이었던 40대를 제친 이후 꾸준히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 연령대의 매출비중이 30%를 넘은 것은 30대가 처음”이라며 “20~30대는 비교적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해외 여행이나 유학 경험이 지닌 글로벌 세대로 이들의 구매력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0대의 장르별 매출비중을 보면 여성캐주얼 34%, 남성 31%, 스포츠 35%, 패션잡화 32%로 여성정장, 신선식품, 생활용품을 제외한 대부분 장르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윗세대들과는 달리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일에 아끼지 않고 소비를 하는 성향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고전적인 매장 인테리어도 이제 옛말이다. 대신 밝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하고 20~30대가 선호할 만한 브랜드들을 대폭 확충하는데 초첨을 맞췄다.

가장 먼저 거리패션에 눈을 돌린 곳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는 작년 초 홍대,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인지도를 넓혀온 거리의 슈즈 브랜드를 강남점에 들여왔다. 현대백화점도 국내형 SPA브랜드인 ‘A랜드’, ‘스마일마켓’, ‘랩’ 등을 입점시켰다.

2030세대들이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패션거리로 유명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파워에 세컨드 브랜드 론칭 잇따라

실제로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젊은층을 겨냥한 패션 브랜드들은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20대를 겨냥한 코오롱FnC의 남성복 ‘커스텀멜로우’의 경우 작년 4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170%라는 큰 폭의 신장을 보였다. 올 매출 목표는 600억원으로 잡았다.

영파워 바람은 아웃도어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업체들은 40~50대들이 찾는 기능성 중심에서 벗어나 도심에서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라인을 강화하며 2030세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 빈폴에서는 10~20대를 겨냥한 ‘바이크리페어샵’을 신규 론칭했다. 바이크리페어샵은 아웃도어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젊은 감성에 방점이 찍혀있다.

기존 빈폴이 커버하지 못하는 젊은 층 공략 위해 전속 모델을 2030세대에 인지도가 높은 ‘버스커버스커’를 채택하는가 하면 옷 색깔 표기에서도 ‘멘붕 옐로우’ 같은 1020세대 언어를 쓰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패션 및 명품업체도 세컨드 라인을 신규 론칭하는 등 2030세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갑이 가벼워도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는 젊은 층이 즐겨 찾으면서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패션이 전개하는 ‘질스튜어트’의 세컨드 브랜드 ‘질바이 질스튜어트’는 2012년 기준 전년 대비 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고트’와 ‘오브제’의 세컨드 브랜드인 ‘JJ지고트’와 ‘오즈세컨’ 역시 롯데백화점 작년 매출 기준 신장률이 각각 17%, 8%를 차지해 같은 기간 백화점 여성의류보다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

임한오 현대백화점 목동유플렉스 팀장은 “세컨드 브랜드는 대량 생산과 좀더 저렴한 원자재 사용으로 가격은 4분의 1 정도 낮춘 반면 기존 명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젊은 층에게 인기”라며 “영소비층의 요구와 트렌드를 빨리 읽어낸 브랜드들의 변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패션 전문관 ‘영플라자’가 리뉴얼 오픈을 한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영플라자’는 2003년 등장한 이후 9년 만에 사실상 재개장 수준의 리뉴얼을 했다. (사진=권욱 기자)
작년 10월 리뉴얼 오픈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패션 전문관 ‘영플라자’ 매장.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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