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일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거세지는 수입 철강제품의 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과잉생산 물량이 저가로 대거 국내에 유입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시장은 수입 철강의 집중 유입으로 제품 과잉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열렸던 한일 민관 철강 회의에서 우리 측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철강 완성품의 원재료 격인 열연은 작년 수요가 1680만 톤(한 회사가 원재료를 직접 가공하는 경우 제외 시 1550만 톤)이었지만 공급은 2350만 톤으로 집계돼 약 40%(670만 톤)의 과잉생산이 발생했다.
올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집계에 의하면 4월 말 현재 열연은 총 1911만 톤이 수입됐다. 월평균 473만 톤으로 작년 대비 13만 톤 가량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세로 갈 경우 올해 과잉생산 물량은 740만 톤(44%)으로 전년보다 70만 톤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중국과 일본산 철강제품을 꼽고 있다. 작년 열연 전체 수입량 550만 톤 가운데 일본산이 270만 톤, 중국산이 220만 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중국산 철강제품의 공세가 눈에 띈다. 열연만 두고 보면 일본은 국내 철강업계의 반덤핑 경고 메시지의 영향으로 수입량이 다소 주춤했지만 중국은 1월 150만 톤에서 4월 255만 톤으로 점차 수입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완성품 격인 후판도 마찬가지. 작년 후판의 수요량은 1260만 톤인데 반해 공급은 1550만 톤이 이뤄지는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 이 중 수입산의 점유율은 약 460만 톤이며 이 중 중국산의 비율이 275만 톤으로 가장 높다.
업계는 중국 산 보론강의 저가수출 물량이 2010년 12만 톤에서 작년 91만 톤으로 늘어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올해 철강 과잉 생산량이 1억80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중국철강협회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국내 해당 제품들이 재고처분을 위해 가격을 낮춰 한국으로 밀려올 경우 국내 기업들이 감당하기 벅찰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수입 철강제품의 공세로 인한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은 이미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다. 국내 철강업체 중에서는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 정도가 약간의 흑자를 냈을 뿐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업계는 이 같은 수입품 철강의 공세에 이르면 올 하반기 지식경제부에 반덤핑 제소로 맞설 방침이다. 각종 원가절감 및 대체재 개발로 수입품 공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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