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의 귀환..추억에 지갑 여는 3040

'세일러문' 완전판 국내 출간..베스트셀러 진입
'아르미안의 네 딸들' 펀딩 3주 만에 1억원 모금
  • 등록 2021-01-28 오전 6:30:01

    수정 2021-01-29 오전 9:40:32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30대 직장인 성 모씨는 최근 어릴 때 봤던 추억의 만화 ‘세일러문’ 완전판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했다. 어릴 적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을 만화책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다. 성 씨는 몇년 전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세일러문’이 떠올라 만화책을 구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책은 절판된 지 오래였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18권짜리 책이 60만원을 호가했다. 이제는 5살 된 어린 딸을 둔 그는 “두고두고 딸과 함께 읽으려고 이번 완전판을 구매했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만화책에도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 1980~200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순정만화 고전들이 완전판으로 출간되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세일러문’은 출간과 함께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크라우드 펀딩에서 1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과거 만화를 보면서 자란 독자들이 성장해 구매력 있는 30~40대가 되면서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판사 세미콜론은 최근 다케우치 나오코의 ‘세일러문’ 완전판(10권)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책은 27일 기준 예스24 만화분야 20위에 오르며 인기를 증명했다. 예스24 관계자는 “추억의 명작 만화인지라 기다렸던 독자가 많았다”며 “고객 연령층도 높아지면서 해당 세트를 소장하는 구매력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책의 연령별 판매비율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68.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뒤를 이어 40대가 12.9%, 20대가 11.1%로 많았다.

책은 일본에서 세일러문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2013∼2014년 완간한 작품을 번역했다. 책은 평범한 여중생이 ‘마법 전사’로 변신해 악당을 무찌르는 내용으로 일본에서 1992년 첫 출간 이후 17개국에서 30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TV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40여 개국에서 방영됐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만화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세일러문’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복장부터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삽입곡은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 복간판(사진=거북이북스)
한국 순정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거북이북스)도 이달 초 20권짜리 레트로 복간판이 나왔다. 지난달 1일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시작한 독자 펀딩은 3주 만에 1억2467만 원을 모았다. 목표 금액이었던 300만원의 40배가 넘는 금액이다. 알라딘에서 2019년 이후 진행한 70여 건의 북펀드 중 최고 금액이다. 북펀드 ‘응원댓글’에는 “같은 추억을 가진 분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울컥하다” “깔끔한 새 책으로 엄마와 정독해야겠다” 등의 글이 달렸다.

신일숙 작가가 1986년 발표한 이 작품은 기원전 5세기 무렵 가상의 왕국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개성이 다른 왕녀 네 명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남아선호, 가부장제가 팽배하던 1980년대, 보기 드문 스토리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전 만화책이 인기를 끌면서 출판사에서는 다양한 만화책 재출간을 고려하고 있다. 세미콜론 관계자는 “최근 순정만화 외에도 ‘슬램덩크’‘드래곤볼’ 등 추억의 만화 애장판이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속 새로운 책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북이북스 관계자도 ‘아르미안의 네 딸들’ 외에도 다른 만화를 재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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