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역 X번 출구 나오자마자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빌라 하나 있는데 거기 3층이에요.”
전모(23)씨는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친 예비 복학생이다. 제대 후 타투(문신) 시술을 계획했던 그는 인터넷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전하며 간신히 타투숍을 예약했다.
시술을 위해 연락받은 주소로 향했지만 도통 길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야만 했다. 발길을 멈추고 지도가 가리키는 곳을 봤을 땐 간판 없는 오피스텔뿐이었다.
전씨는 “가게를 설명하는 간판도 없을뿐더러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보니 찾기 어려웠다”며 “들어갔을 땐 휑한 거실에 컴퓨터 한 대와 시술하는 방 한 칸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는 ‘선 타투 후 뚜맞’이라 해 먼저 문신하고 부모에게 맞는다는 말의 줄임말이 등장했다. 그만큼 타투에 대한 관심과 시술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문신’ 혹은 ‘타투’를 검색했을 때 수많은 홍보 글이 뜬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수 소비자가 SNS나 인터넷 블로그의 경로를 통해 타투 시술을 이용하는 편이지만 이 또한 검증되지 않아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냅타임은 지난달 21일 ‘시선바뀌는타투’ 기획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한국의 타투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타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타투 불법 시술 연 650만건
24일 한국타투협회(KT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타투와 반영구화장 시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간 650만건이 불법 시술소에서 이뤄졌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무허가 시술소로 오피스텔이나 원룸에서 영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허가 시술소라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나 제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락 두절과 먹튀 등 사례들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지난해 말 타투 사기를 당했다. 당시 타투숍에서 완불 조건을 제시했고 ‘선 입금 후 순차적 시술’을 약속받았지만 결국 낸 돈 만큼의 타투 시술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이 시술했지만 두세 차례 시술을 진행할 때부터 타투이스트의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약속한 시간에 핑계를 대고 시술 날짜를 미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SNS 상에서 주기적으로 홍보하는 게 보이는데도 내 연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현재 사기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합법화 통해 시술 위생 안전성 확보해야
지난 1988년 타투이스트들이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며 집단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1992년 타투 시술이 의료행위로 판결 나면서 의사 이외에 시술할 수 없게 됐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거래건수는 대폭 증가했지만 여건은 바뀌지 않아 변화가 시급하단 의견이다.
한국 타투협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타투이스트 면허제를 시행해 정부의 관리 감독 하에 진행한다”며 “우리나라 역시 타투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위생과 윤리적으로 안전한 타투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술의 위생의 안전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유도솔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출간한 의학칼럼에서 “타투가 낮은 가능성에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서술했다.
바늘의 재사용이 에이즈나 만성 간염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타투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반복적인 감염과 알레르기 반응을 거론하고 시술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문신을 금기시하던 과거 관습의 영향을 받아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양성화를 통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평론가는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있어 단시일 내 해결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일종의 압력을 행사해 문제가 자유롭게 풀릴 수 있도록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