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회생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상장사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동양건설과 대한해운 등은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연일 급등했고, 금호산업은 채권단의 지원 기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상장사는 금호산업으로 125.08% 올랐다. 8거래일 가운데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산업 주가는 채권단이 9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올랐다. 오는 17일 채권단 회의를 앞두고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9일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금호산업은 자금을 지원받아 김포 아파트 사업장 토지매입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채권단 지원과 별도로 베트남 복합건물 아시아나플라자(KAPS) 지분 50%를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약 14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주가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도 주가 상승 요입으로 꼽혔다. 지난해 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7 대 1 감자를 결의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금호산업 주가는 1300원까지 하락했다.
동양건설은 올해 들어 76.49% 오르면서 금호산업의 뒤를 이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동양건설은 지난달 초 기업매각 공고를 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동양건설도 새로운 주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건설과 함께 가장 부진했던 해운업에 대한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해운은 동양건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한해운은 경영권 매각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 SK그룹, CJ그룹, 동아탱커 등 전략적 투자자와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선박금융회사인 제니스파트너스 등 총 5곳이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해운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다수의 인수 희망기업이 나타나면서 주가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주가 상승률 상위 상장사 안에는 오성엘에스티 성지건설 웅진에너지 동양네트웍스 등 지난 한 해 어려움을 겪은 기업이 다수 포함돼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연초 분위기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매각 작업은 파는 쪽과 사는 쪽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도장찍을 때까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